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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고장 나버린 어른 / 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

오작교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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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장 났다고 느낀 건 인터넷 창이 스무 개가 넘어갔을 때였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스스로에게 물으며 자세를 고쳐 않았지만 이상하다고 느낀 이상 단전에서 올라오는 불안함을 막을 순 없었다. 성인 ADHD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를 검색해서 몇 가지 테스트를 했다. 공감 가는 문항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켜놓은 창을 하나씩 정리해 본다. 참 징하기도 하지…. 그러면서 문득 내가 사소한 것에 미련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판사를 운영하고 글을 쓰기 위해선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한다. 좋은 인사이트를 모으기 위해 자료 아카이빙 어떤 기록이든 모아 두는 공간 전체를 통칭을 먼저 하는 편이다. 오늘도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나. 그러다 보물이라도 발견하면 나중에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을 그대로 방치를 해두는 편이다. 다른 일을 처리하다 전에 켜둔 창을 보면 순간적으로 산만함이 생기는데, 이런 것이 하나둘 쌓이니 자연스레 인터넷 창이 늘어나게 됐다. 좋은 걸 놓치기 싫은 미련이 만든 산물이다. 물론 주어진 일은 어떻게든 끝내지만, 그날은 켜켜이 쌓여있는 인터넷 창을 보고 기분이 퍽 상해버렸다. 정말이지 내가 고장 난 것만 같아서. 수많은 창이 내 상태를 대변해 주는 것만 같아서.

   ADHD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와 도파민 중독에 관한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여러 정보를 찾아보게 됐다. 숏폼과 SNS를 좋아하고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며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인간이라면 난데? 도파민 중독자에 ADHD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까지. 나는 병들어가고 있는 걸까? 급하게 도파민 디톡스도파민 디톡스는 도파민 분비를 줄이기 위해 자극적인 행동을 줄이는 것을 뜻합니다. 도파민은 쾌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볼 때 분비됩니다. 도파민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강박증, 조현병, 과대망상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를 시도해 봤지만, 삼일천하에 그쳤다. 기어코 쾌락의 끝에 도달해야 이 짓을 멈출까? 아니면 머리를 밀고 절이라도 들어가 속세와 단절이라도 해야 하나. 나름 진지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며 앞은 공부를 이어갔다. 그러던 도중 발견한 정보가 하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파 중 하나인 스토아학파는 더 잘 사는 인생을 위해 선 절제와 금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끝에 다다르면 열반처럼 어떠한 욕망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하지만 현대인의 삶에서 극단적인 억제는 그리 좋은 방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에피쿠로스학파는 스토아학파와 반대로, 쾌락주의를 추구했지만, 실제로 쾌락만 좇다가 거대한 공허함에 빠져 살의 의욕을 잃은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결국 인생이란 균형을 찾는 여정이 아닐까.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가장 좋다. 인간은 항상 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추우면 더운 곳을 찾고, 더우면 시원한 곳을 찾는 것처럼, 삶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딘가에 쏠려 푹 절여진 내가 이 지독한 산만함을 제압할 방법은 없다. 편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뿐. 오버를 했다간 그릇도 못 찾을 수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제는 과감하게 창을 끈다. 똑똑하기 위해 멍청해지고 싶진 않다. 방치는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니 더는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북마크에 쌓인 페이지도 정리하고 바탕화면에 쌓인 파일도 깔끔히 삭제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엄지를 튕기며 소품을 마구잡이로 넘기는 것보다 핸드폰을 베개 밑에 가두고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을 늘려본다.

  주 1회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아무 생각 없이 한강 러닝도 한다. 이것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내 작은 노력이다. 고통과 괴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삶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니 쾌락과 절제 사이에서 미묘한 중심 잡기를 이어가야겠다. 보고 싶은 것이 많아도 참고, 하기 싫은 것이 많아도 해야만 하는 인생이 고되지만 어디 나만 그럴까. 군데군데가 고장 난 나는 얼굴에 기름때가 묻은 아마추어 수리공처럼 작은 것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다. 언젠가 숙련된 정비공이 되면 자유자재로 일상을 다룰 수 있겠지.

   그날을 고대하며 고된 몸을 이끌고 침대로 들어가 본다.

   하루가 길다.

글출처 : 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신하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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