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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카페 / 오늘의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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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대서양의 한가운데에는 포르투갈 령 아조레스 섬이 있습니다. 이 섬의 호르타 마을에는 '피터의 카페'라는 작은 카페가 있지요. 피터의 카페에는 많은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먼 항로를 다니는 화물선에서부터 여행객들을 실은 크루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와 다양한 손님들이 잠시 머무는 섬이거든요.

 

   피터의 카페에 모이는 손님들은 아마도 평생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작은 카페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는 벽이 없습니다. 흉금을 터놓고 자기 안의 것을 이야기하고 때론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털어놓는 사람도 있겠지요. 피터의 카페에 들른 손님들은 이 카페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마음에 품고 돌아갑니다. 아마도 그들은 이곳에서 들은 이야기를 오랫동안 마음에 품게 될 것입니다. 마치 신뢰처럼. 그리고 이따금 현실에 짓눌릴 때면 피터의 카페에서 나눈 이득한 기억 속의 이야기들을 꺼내어서 되새김질하겠지요.

 

   작은 섬, 한 잔의 차와 술 그리고 진솔한 만남, 피터의 카페에서처럼 멋진 소통이 또 있을까요?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 나누는 진솔한 소통. 낯설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해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 앞에서 자신을 무장 해제하고, 자기 안의 것들을 털어놓는 이 자리야 말로 생애 최고의 교차로일지 모릅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차가움과 뜨거움이 만나고, 이성과 감성이 만나고, 나그네와 또 다른 나그네가 스쳐 가며 소통하는 교차로.

 

   통섭을 강조하는 시대와 피터의 카페는 싱크로율 100%입니다. 삶의 어느 지점에 '피터의 카페'를 차리는 사람이 풍성한 삶을 살게 되겠지요. 업무의 어느 영역들에 피터의 카페를 개설하는 기업이 발전할 것입니다. 어느 기업의 로비에, 어느 서점의 한 공간에 피터의 카페가 개설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부디 카페라는 하드웨어만 있고 '아조레스 섬의 피터'라는 소프트웨어는 없는 곳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 출처: 오늘의 오프닝(김미라 라이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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