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첫 사랑
글 / 윤 정 덕
여름이
막 지나고 9월이 되면
숨어살던 추억의 인연들이
갈색 바람을 몰아
조용한 술렁거림으로 돌아옵니다
때때로
삶의 현실이 각박하여
상처 난 가슴이 비탄에 젖어
저주의 눈빛으로
그 고운 추억마저 헤칠까 두려워
그 해 9월의 가을을
떠올리며 당신을 추억합니다.
내 몸을 다 숨기고도 남는
느티나무 뒤에 숨어
내 놀래키는 소리에 가슴을 파고들며
화려한 웃음으로 올려다보던 그 눈동자며
밤 새워 쓴 시에
한송이 꽃보다 더 예쁜 입술로
감동의 흔적 내릴 때
참된 사랑의 열정으로
온 밤을 떨며 꼬박 새운 날들하며
꼭 잡은 손으로
촉촉이 베어나는 설레임으로
당신과 나
얼굴 화끈거림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날들
그러나 세월 한참 흐른 뒤
걸어 본 옛 길에는
보라 빛 등꽃 나무가
박처럼 드리워진 담장 위로
당신과 읊조리든 시와
인생의 그림들이 넝쿨에 감겨
아직도 수줍게 걸려 있습니다
당신과 나
숭고한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신들의 일기를 따라
타인의 인연으로 살아가지만
생의 어느 한 순간
가장 나를 빛나게 하며
사랑의 기쁨 쏟아지던 그 날들은
내 죽어야
영원히 잊혀질
그 해 9월의 첫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