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루 빈자리
글/장호걸


당신과 하나이 되어
때론 슬프고 때론 행복에 겨워
이렇게 아옹다옹 살다보니
이리도 당신의 자리가 커져 있었습니다.

하루만 친정에 볼일이 있어
다녀오시겠다는 아침 출근길에 말씀은
그냥 하루쯤하며 그리 쉽게 보냈습니다만
지금 퇴근하여 집에 오니 어둠만 나를
반깁니다.

괜스레 이방 저 방 왔다갔다
티브이도 크게 틀어 놓고 컴퓨터도
켜 놓고 합니다.

당신이 늘 서있던 주방으로 가서
찌게를 데우고 밥을 먹으려다 보니
이것저것 챙겨주던 그 손길과
많이 드셔요 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돌아보니 당신이 없었습니다.

혼자 밥을 먹을 수가 없어서
거실에서 가장 큰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서산 하늘을 향해 고개만 기린 모가지처럼
길게 길게 내어 밀어 봅니다.
저기쯤 일 꺼야 그래 저기야 마음은 벌써
당신계신 서산 하늘에 서성거리고
별빛으로 내려 봅니다.

시계는
벌써 새벽 2시를 가리키고있습니다.
이밤 혼자 꼴딱 새고 아침이 오면
당신이 하였던 것 처럼
아파트 정문 경비실에서 기다릴게요.

당신 하루의 빈자리가 참 컸다고
주저리주저리 혼자 흥얼거리다 보니
동녘에 해님이 환한 웃음으로
반가이 떠오릅니다.

당신은
내게 일순간도 없어서는 안될
공기 같은 참으로 귀중한 존재 였다는걸
이제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