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유지
** 풍 경(1) ** - 琛 淵 - 벌거벗은 나무들 비탈에서 떨고, 화려한 허상의 도회로 이주한 때까치의 텅 빈 둥지가 서글픈데 서산의 땅거미는 서서히 . 빛없는 그림자로 지워 나간다. 폐허가 된 음울함이 우울증처럼 웅크려 도사린 들판 잔설 홑이불 덮어쓴 채 설한풍의 긴 긴 밤 외로운 설움 짓이기며 상기 먼 봄 그리다 잠 못 이루려나 슬프디 슬픈 삶의 무리 한 차례 토해내면 또 다른 의미의 삶을 날름 집어삼키고 달려가는 무정 열차, 한숨 같은 숨가쁜 소리로 하얀 거품 문 채 긴 꼬리만 남기고 달려간다. 들녘을 가로지르며 이따금 뱉어내는 꽤 쉰 듯한 쇳소리에 어설픈 잠결은 화들짝 눈을 뜬다. 저 멀리 지평선엔 하나 둘 불 밝히는 창들이 늘어나누나. 저 창 너머엔 필시 고된 하루 삶의 흔적들을 미소로 묻고 답하는 금슬좋은 노부부의 보금자리런가 오순도순 식탁 앞에 모여드는 다정다감은 사랑의 노래로 울려 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