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오작교
2023.02.14 09:58:14 (*.17.0.1)
4192

10.jpg

 

 

가재미___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물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11.jpg

 

 
댓글
2023.02.15 07:04:32 (*.17.0.1)
바람과해

가재미 읽고나니

내 가슴이 서글퍼지네요

하루속히 쾌유를 빕니다.

댓글
2023.03.02 00:36:15 (*.17.0.1)
수혜안나

그렇게 곁에서 누군가

함께 호흡이 되어 준다는 것도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녀가 부럽기만 한 걸요 ㅎ

글이 너무 예뻐요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번호
제목
글쓴이
900 고맙습니다 당신 참 고맙습니다
오작교
3876   2023-05-10 2023-05-10 09:55
 
가재미 2 file
오작교
4192   2023-02-14 2023-03-02 00:36
가재미___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  
898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오작교
4987   2021-11-27 2021-11-27 10:24
 
897 우유 한 잔
바람과해
5559   2021-02-06 2021-02-06 08:31
 
896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 보입니다 3
바람과해
5801   2021-01-02 2021-01-18 13:32
 
895 내 마음의 밝은 미소는 2
바람과해
5724   2020-12-02 2020-12-23 11:42
 
894 배려 2
바람과해
5832   2020-09-28 2020-10-02 12:02
 
893 너무 보고 싶다 11
바람과해
6204   2020-08-08 2020-09-05 10:50
 
892 幸福은 어디에서 올까요?
바람과해
5507   2020-06-20 2020-06-20 08:05
 
891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마라 file
바람과해
5811   2020-03-24 2020-06-20 08:15
 
890 사랑의 마음 3
바람과해
5857   2020-03-10 2020-03-12 18:51
 
889 자동차와 여자 4 file
고이민현
6199   2019-12-23 2020-01-11 12:39
 
888 술주정/정철호 6 file
고이민현
6587   2018-12-25 2021-08-28 12:16
 
887 마음을 바꾸는 힘
바람과해
6661   2018-11-07 2018-11-07 06:01
 
886 ★ 어느 수도자가 올린 글 ★ 6
고이민현
7058   2018-07-09 2019-01-19 09:26
 
885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2
바람과해
6589   2018-07-05 2018-07-13 07:35
 
884 ♥ 치마와 팬티의 역설 ♥ 4
고이민현
7593   2018-05-09 2018-05-16 17:33
 
883 終末った人(끝난 사람)/内館牧子(우치다테 마키코) 2
고이민현
6958   2018-03-06 2018-03-09 09:46
 
882 허망한 눈맞춤 4 file
고이민현
7086   2018-01-25 2021-04-23 10:59
 
881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때나 분노하지 않는 file
바람과해
6295   2017-12-24 2017-12-25 08:56
 
880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4
바람과해
5189   2017-12-13 2017-12-31 21:11
 
879 멋있는 사람이란
바람과해
5524   2017-05-29 2017-05-29 10:28
 
878 할머니의 걱정 7 file
고이민현
4824   2017-03-31 2021-04-23 11:07
 
877 서울신랑과 경상도신부가 국수먹다가 싸운이유 5 file
고이민현
4986   2017-02-07 2021-04-23 11:15
 
876 ♧ 성공한 인생이란 ♧ file
고이민현
4991   2016-12-22 2018-12-25 15:45
 
875 부부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 5 file
오작교
5142   2016-10-04 2016-10-14 19:30
 
874 ♡ 고해성사(男子) ♡ 8 file
고이민현
4854   2016-09-09 2018-02-12 08:32
 
873 착각 세 가지 ... 1
데보라
4373   2016-09-02 2016-09-03 07:32
 
872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2 file
오작교
6458   2016-08-26 2016-10-14 19:40
 
871 내게 너무 착한 남편 1 file
오작교
4312   2016-08-26 2016-08-26 21:57
 
870 ☞ 웃기는 집안 ☜ 3
고이민현
4709   2016-08-16 2018-12-25 15:52
 
869 정직과 진실만이 성공의 비결 2
바람과해
4610   2016-07-26 2016-08-17 11:02
 
868 ☞ 니 신랑이 아니야 ☜ 4
고이민현
4330   2016-06-19 2016-06-21 19:07
 
867 밤의 불청객 1 file
말코
4072   2016-06-05 2016-06-05 10:47
 
866 100세 시대의 수명 이야기 5 file
말코
4021   2016-05-08 2016-05-10 15:42
 
865 ☎ 사이버 공간의 禮義 ☎ 5 file
고이민현
4108   2016-04-15 2021-02-11 09:16
 
864 가슴 뭉클하게 하는 실화! 1
바람과해
3937   2016-03-30 2016-03-30 15:42
 
863 어느 여대생의 일기 5 file
고이민현
4092   2016-02-27 2016-03-03 09:44
 
862 ♣ 나이가 들면/김동길 ♣ 3 file
고이민현
4271   2016-02-04 2018-10-31 02:53
 
861 나 찾지마라 아들아...시집가는 딸에게 쓰는 편지 8 file
말코
4843   2016-01-30 2016-02-28 16:52
 
860 8천억 전 재산 장학금으로" 6
바람과해
3210   2016-01-08 2016-01-10 22:55
 
859 丙申年 새해가 밝았네요 6 file
고이민현
2907   2016-01-01 2016-01-08 08:35
 
858 가슴 뭉쿨한 이야기 한토막 file
바람과해
2932   2015-12-16 2015-12-16 08:17
 
857 천국으로 가는 길 4
오비이락
2965   2015-12-05 2015-12-11 15:49
 
856 물에 뜨는 법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1 file
오작교
2882   2015-12-05 2015-12-06 03:05
 
855 친절한 마음 1
오비이락
2683   2015-12-04 2015-12-06 03:40
 
854 몸의 치유, 마음의 치유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2 file
오작교
2656   2015-12-01 2015-12-05 08:34
 
853 아프지 말아요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2 file
오작교
2838   2015-11-30 2015-12-01 08:18
 
852 茶와 情 5 file
고이민현
2753   2015-11-16 2018-02-12 08:48
 
851 오작교님 아버님께서 고통없는 곳으로 소천하셨습니다. 25
고운초롱
3322   2015-11-06 2015-11-15 18:41
 
850 어느 노인의 기막힌 지혜 2
바람과해
3016   2015-10-01 2015-12-14 19:43
 
849 풍요로운 한가위 2 file
고이민현
2501   2015-09-22 2015-09-25 07:06
 
848 가을 향기 기다리며 2
머루
2544   2015-09-04 2015-09-04 14:33
 
847 돈 보다 귀 한 것 5
바람과해
2787   2015-09-01 2015-12-04 16:09
 
846 ☎ 長壽의 秘訣은 親舊의 數와 比例 ☎ 2 file
고이민현
2717   2015-08-29 2015-09-01 08:45
 
845 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 나희덕 1 file
尹敏淑
3158   2015-08-20 2015-08-20 16:27
 
844 여보, 사랑해 3
오작교
2760   2015-08-06 2015-08-11 09:33
 
843 순옥씨의 러브레터(동영상)
오작교
2968   2015-07-29 2015-07-29 15:24
 
842 우리 어머니가 2
바람과해
2771   2015-06-29 2015-07-01 11:39
 
841 ♣ 가슴 아픈 인생길 ♣ 2
고이민현
2912   2015-06-14 2018-12-25 16:00
 
840 ♣ 고스톱은 괴로워 ♣ 4 file
고이민현
4915   2015-05-16 2021-04-23 11:42
 
839 꽃이 지네 사랑도 지네 7 file
말코
3401   2015-05-09 2015-05-12 10:05
 
838 사람을 외모로 취하자 말라
바람과해
2649   2015-05-07 2015-05-07 16:55
 
837 봄 속에서 2
niyee
2969   2015-04-09 2015-04-10 08:35
 
836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9 file
尹敏淑
3615   2015-04-03 2015-05-06 22:07
 
835 가족의 소중함 - 쓰나미 생존자 마리아 벨론 이야기 3
오작교
3130   2015-03-11 2015-04-10 11:41
 
834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2
바람과해
2975   2015-03-06 2015-04-10 11:29
 
833 ◆ 늙어가는 모습 똑같더라 ◆ 8 file
고이민현
3123   2015-02-20 2018-12-25 16:06
 
832 꿈의 뜨락 / 설향 최경자 2
niyee
2845   2015-02-16 2015-04-12 16:06
 
831 백세 인생(百歲 人生) 2 file
고이민현
4121   2015-01-28 2015-07-02 16:58
 
830 ♠ 아버지는 가슴으로 운다 ♠ 4 file
고이민현
3312   2015-01-01 2015-02-26 08:58
 
829 내가 모르고 있는 소중한 것 2
바람과해
3043   2014-12-16 2015-01-16 11:17
 
828 3등칸에 탄 슈바이쳐 박사
바람과해
3163   2014-12-16 2014-12-16 11:33
 
827 ☞ 술의 두 얼굴 ☜ 4
고이민현
3273   2014-12-04 2014-12-07 19:49
 
826 총장 이야기
바람과해
3340   2014-10-31 2014-10-31 10:46
 
825 니미 뽕~~ 이다 5 file
오작교
3615   2014-10-24 2014-11-27 10:38
 
824 너 늙어 봤나 난 젊어 봤단다 7 file
고이민현
4676   2014-10-11 2021-02-07 12:29
 
823 90세 노인이 쓰신 글 2
오작교
4081   2014-09-28 2014-11-01 22:30
 
822 내 안에 흐르는 눈물~~ 12
Jango
3784   2014-09-11 2014-09-15 11:07
 
821 ♣ 자연이 들려주는 말 ♣ 4 file
고이민현
3887   2014-07-29 2014-08-19 10:15
 
820 6년 후에 오뎅값을 갚은 청년 2 file
바람과해
3609   2014-07-20 2014-07-28 10:58
 
819 ♠ 노인이 되더라도 ♠ 12
고이민현
4020   2014-07-11 2020-08-09 09:46
 
818 소금 / 류시화 2 file
尹敏淑
4078   2014-06-26 2014-07-02 18:12
 
817 ♣ 어떤 닭을 원하나요 ♣ 6
고이민현
3652   2014-06-16 2014-07-26 16:49
 
81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웅 4
바람과해
3610   2014-06-03 2014-07-27 17:40
 
815 25 센트의 기적 2
바람과해
3743   2014-06-01 2014-06-02 10:39
 
814 가슴 뭉클한 동영상 3
바람과해
3645   2014-05-30 2014-08-02 22:42
 
813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 보라 2 file
尹敏淑
3545   2014-05-28 2014-05-29 16:34
 
812 염일방일 (拈一放一) 4
바람과해
3678   2014-05-21 2014-06-01 08:57
 
811 나의꽃 / 한상경 1 file
尹敏淑
5956   2014-05-16 2014-10-23 13:16
 
810 우리는 살아가면서
고등어
3414   2014-05-15 2014-05-15 12:53
 
809 ♣ 한걸음 떨어져서 가면 ♣ 6 file
고이민현
3369   2014-05-14 2020-08-09 09:52
 
808 우유 한 잔의 치료비(실화) 3
바람과해
3281   2014-05-12 2014-06-02 11:04
 
807 돌아와주렴 제발! 5
오작교
3220   2014-04-19 2014-04-23 10:58
 
806 흘린술이 반이다./ 이혜선 7 file
尹敏淑
3742   2014-03-25 2014-03-26 18:20
 
805 꿈을 위한 변명 / 이해인 4 file
尹敏淑
3531   2014-02-25 2014-03-07 13:24
 
804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10 file
尹敏淑
3898   2014-02-19 2014-02-25 17:02
 
803 오늘은 내게 선물입니다 -詩 김설하 2
niyee
3325   2014-02-11 2015-04-12 16:11
 
802 나의 겨울 -목련 김유숙 2
niyee
3029   2014-01-07 2014-01-07 16:33
 
801 존경하고 사랑하는 울 감독오빠의 생신을 축하해주세욤~^^ 17 file
고운초롱
3165   2014-01-06 2014-01-08 17:4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