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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 나는 내가 아닙니다

오작교 1106

3


 진즉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내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아내의 남편입니다. 

명세서만 적힌 돈 없는 월급 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내 능력 부족으로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평생을
말하여온  늘겸연쩍어하는  무능력한 남편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가사일을 
도우며 눈치만 보며삽니다.
그래도 함께 살아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는 이미 내가 아닙니다. 
나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남편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이들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요것 조것  반항심 많은 막내의 짜증에 
한껏 이해하다가도 화를 내고 
이제는 고3생이된이 둘째 놈때문에
뉴스 볼륨도 숨죽이며 
들어야 합니다. 


큰 녀석 대학 등록금 걱정 에 잠못이루는 날이면
재털이에 꽁초만 수북 합니다


내 늘어진 어깨에 매달린 무거운 아이들. 
등록금 ,생활비 카드값. . .,
교복도 얻어 입히며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생일날. 
케이크 하나 꽃 한 송이 챙겨주지 못하고 
초코파이에 쓰다만 몽땅 초에 촛불을 켜고 
박수만 크게 치는 아빠. 
나는 그들을 위해 사는 아빠일뿐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어머님 앞에서도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어머님의 불효자식입니다. 
시골에 홀로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장거리 전화 한 통화에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불쌍한 아들입니다. 


가까이 모시지 못하면서도 생활비도 
제대로 못 부쳐드리는 불효막심한 자식입니다. 
그 옛날 기름진 텃밭이 무성한 잡초밭으로 변한 것에
기력 쇠하신 당신 모습을 느끼며 
주말 한 번 찾아 뵙는 것도
가족 눈치 먼저 살펴야 하는 나는
당신 얼굴 주름살만 늘게 
하는 어머님의 못난 아들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50대 직장  노동자입니다. 
월급 받고 사는 죄목으로 마음에도 없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행여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 없어질까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도
삼켜야합니다. 


정의에 분노하는 젊은이들 감싸 안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고개 끄떡이다가 고래 싸움에 
내 작은 새우 등 터질까 염려하며 
목소리 낮추고 움츠리며 소주한잔 홀짝 마시는
고개 숙인 50대 남자.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진즉내가 아닙니다. 
집에서는 직장 일을 걱정하고 
직장에서는 가족 일을 염려하며,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엉거주춤, 어정쩡, 유야무야한 모습. 
마이너스 통장은 한계로 치닫고
월급날은 저 만큼 먼데
돈 쓸 곳은 늘어만 갑니다. 
포장마차 속에서 한 잔 술을 걸치다가  문득
뒷 호주머니 카드만 많은 지갑 속의 몇장남은 지페를 
헤아리는 내 모습을 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가장이 아닌 남편,
나는 어깨 무거운 아빠,
나는 어머님의 불효 자식. 
나는 고눔 마저 축쳐진 50대 남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껴안을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어도, 
그들이 있음으로 나는 행복을 찾습니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더욱 불행해질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나의 유일한 행복입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나일 때보다
더 행복한 것을 깨닫는 50대 입니다...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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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글쓴이 2005.08.19. 16:42
꼭 저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50대는 시작합니다.
산마루 2005.08.19. 18:30
동감입니다. 해서 요즘은 내 건강땜시 늘 걱정이 많은 우리 아내의 얼굴을 대할때마다
늘 미안하고 고맙답니다. 흔히들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시기가 50대라 합디다.
넘 늦게 철드는 나이기도 하지요. 좋은내용 맘속에 곱게담고 갑니다...^^
오작교 글쓴이 2005.08.19. 23:45
50대는 꿈이 없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말에 전혀 동감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아직은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이렇듯 하고픈 일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꿈이 없다니요.
50대가 되어 가면서 느는것은 눈치인 것 같습니다.
어느분께서 써놓은 글이 꼭 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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