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08.09.28 21:40:39 (*.29.1.71)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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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접어들어 쌀쌀해 질 때쯤 언제나 가을 운동회가 있었지요.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서 반팔을 입고 나가면 팔둑에 닭살이 돋습니다.
옛날, 나의 운동회때는 내동생, 사촌동생, 고모 딸까지 모두가 같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운동회가 가족의 축제이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과 친척들이 다 같이 보고 있기때문에 달리기때 꼭 등수에 들어야 했는데
키도 작고, 달리기도 못해 항상 사등을 했었습니다.


 
어린마음에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조금 못뛰는 애들하고 같은 줄에 서야 된다고 생각하고, 눈치껏 줄을 섰는데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사학년때라고 생각되는데, 앞에서 삼등하고 있던 애가 달리다 넘어져서 덕분에 내가 삼등을 했었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삼등으로 받은 공책 한권을 받고 의기양양 했었습니다.


 
그랬던 내가 장가를 가서 혁호와 지호가 생기고, 애들이 학교운동회 달리기에서 일등을 하니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콧끝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좋아할 때 등수에 들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또 그 아이들의 부모들은 어떨까 생각해야 할텐데 우리아이들이 일등, 삼등 했다고 좋아하니 아이러니 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배워야 하는 현실이 아쉽기도 합니다.


 
나의 국민학교때 친구들은 모두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애들이 운동회를 한다고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참석을 했습니다.
하나만 되도 그냥 집사람이나 다녀오라고 할텐데, 둘이나 되니 함께 참석키로 했습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이곳 저곳 다니며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선생님들이 지도를 잘 하시는 것인지, 애들이 통제를 잘 따르는 것인지, 질서정연하게 시간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진행됩니다.
애들보다 지켜보는 부모들이 더 많은것 같습니다.
우리 지호가 백군이 되어 단체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혁호는 무용을 합니다. 몇일 연습을 하더니 제법 틀리지 않고 합니다.


 
결승선에 나와 있는 부모들이 사진을 찍고, 더 좋아라 합니다.
희비가 엇갈리기도 합니다.


 
단체게임에서 우승한 백군의 혁호가 좋아라 만세를 부릅니다.


 
이학년인 지호는 사십미터 달리기를 하더니 삼학년부터는 백이십미터 달리기를 합니다.
 



 
애들지켜보다가 한 장 박았습니다.
점심먹으면서, 집에서 준비해간 오삼불고기에 낮부터 소주 한 병을 마셨더니 알달딸합니다.
캔맥주 몇개를 마신 집사람도 알달딸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막 들이댑니다. 헐


 
일요일에는 당진의 명산 아미산에 갔습니다.
산 높이가 적당하여 산책겸 갔다오기가 수월합니다.


 
예전에는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오르기가 불편했는데, 요즘은 군에서 투자를 많이 했나 봅니다.
등산로에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오르내리기가 편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밟고 다녔고, 다닐까요.


 
애들도 잘 오름니다. 엄마보다 더 빨리 갑니다.
 
 
정상에서 본 우리사는 동네입니다.
멀리 석문방조제 너머로 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사진속에는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고속도로는 아직까지 차가 밀리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있으면 많이 밀릴텐데......
 


내려오는 길에 밤나무가 제법 있는데, 거의 영글어 알을 툭툭 땅으로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청솔모, 다람쥐의 먹이로, 해가 가면 또 다른 나무로 싹을 틔울텐데, 제가 얼마큼 줏어 왔습니다.
어릴때 밤나무 농장으로 밤서리를 다니던 일이 많아 밤나무만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납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이빨로 몇개를 까서 먹는데, 애들도 맛있다고 달래는 바람에 손에 밤 속껍질이 딱딱하게 덧 씌워지네요.
밤나무에 밤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거의가 영글어 대롱 대롱 메달려 있습니다.
저 나무를 흔들면 엄청나게 떨어질텐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냥 왔습니다.
 

 
내려오면서 까먹고도 남아서 모자에 담아 가져왔습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 갑니다.
들판의 곡식도 몇일 있으면 탈곡을 하고 단풍이 들고, 그렇게 세월이 갑니다.
세월가는 만큼 애들도 커가고, 우리도 중년의 나이로 달려갑니다.
댓글
2008.09.29 01:14:38 (*.202.139.91)
Ador
반갑습니다~
내외분의 정다운 모습이 너무 곱습니다.

추억의 시간을 올려 주셨습니다.
가을 운동회.....

글과 그림, 음악까지 정성과, 프로급의 솜씨를 보았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댓글
2008.09.29 17:39:36 (*.170.200.132)
발전
Ador 님 ! 아 님의 닉네임을 써야 하는데 몇번의 수고를 해야 하네요. 대문자로 썼다가 소문자로 써야하고 영문으로 바꿔야 하고......
그래서 님의 닉네임은 잊어 먹지 않겠네요.

가을 운동회라고 굳이 제목을 쓴것은 추계체육대회라고 쓰면 웬지 딱딱한 느낌이 들고, 어린시절 쓰던 용어가 아니라서 가을 운동회라고 적었습니다.
가을운동회의 추억들이 많이 있지요
밤찐거, 계란삶은거, 학교앞의 뻔데기, 뽑기(설탕녹여서 각종 무늬 찍어서 맞춰 떼어내는 것) 등등
어린시절을 잠시 회상하셨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보람이 있습니다.
즐거운 써핑되시길 .......
다음에 이곳에서 또 뵙지요
댓글
2008.09.30 08:37:57 (*.203.122.238)
보리피리
벌써 잊혀져 버린 추억이네요.
그때 그 아이들은 이미 어른이 되고....
빠지지 않던 삶은 땅콩과 밤.
부모와 함께 달리기에선 1등 하겠다고 기를 쓰던 일 하며
공굴리기와 박 터뜨리기,
기마전과 릴레이....
행복한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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