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雪原에서-------김효태
백의의 천사가 날개를 펴고
난무하다 대지 위에 살포시 앉을 땐
강아지도 아동도 눈 속에 동화되어
이리저리 뛰며 숨박꼭질한다.
온--천지가 삽시간에 백설 공주한테
점령되어 저항도 없이 침묵만 흐르고
수줍은 신부처럼 경건하고 고결한 자태
해님과 동화되어 반짝이는 은빛 속에
설원은 다 벗어 보이지 않아도
온 마음 다 주는 눈사람 망부석 되어
사무치도록 그리운 님을 만나
끝없이 펼쳐진 천지 화신이 되고 싶다.
산야에 목화송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파도 치는 대지위엔 하얀 융단을 깔아
숱한 오물 난장판을 정화시킨다.
하얀 눈 내리는 긴-겨울밤에는
길가의 포장마차에 옹기종기 앉아서
술 한잔에 시름을 털고
세상만사 忍苦의 세월을
연인들과 도란도란 추억을 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