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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김종해
사랑하지 않은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
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
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
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이 더욱 여린 날, 사랑
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
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김용택 엮음 시집 "사랑" 에서 -
걷고 또 걸었었습니다. 오늘 내 몸에 남겨진 흔적은 발가락에 잡힌 물집들..
그리고 또 절둑이며 걸어야 하는 아픔의 호소들..
온통 고통스런 아픈 흔적들 밖에는 없었습니다.
아무데도 당신은 없었습니다..
남겨진 흔적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질 것들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