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금요일의 출장, 35년만에 진하 해수욕장도 들러보고
저녁에는해물탕과 설중매 몇 병에 얼어서 부득이 외박 !
그리고, 토요일, 4월 1일 아침, 일찌감치 전화로 귀가한다는 보고를 식구에게 정중히 하고서
경부고속도로를 달려서는 집에 도착한 시간이 낮 12시.
문을 열어 주는 식구의 안색이 아주 별로다. 의외다, 의외.
내가 역마살이 끼었는지, 유달리 출장이 많은 편인데, 돌아왔을 때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왜?
분위기상, 별 말 없이 옷을 갈아 입고 거실에 나가니 식구가 소파에 엎드려 있었다.
"뭐야, 왜그래 ?"
묵묵부답. - 이런 답답할 노릇이 있나.
몇 번을 다그치니까 그제서야 "**이가 어젯밤에 친구 집에 갔다 온다고 했는데 아직도 안들어 오고, 전화도 안되고 해서..."
**이는, 이번에 졸업한 딸아이의 이름이다.
"뭐야, 누구집에? 언제?"
"그냥 친구집이라고 했는데, 어젯저녁 8시에 나갔는데, 전화도 없고, 지금은 전화기도 꺼져 있다고 하고..." 그저 마구 울상이다.
이런 답답한 일이 있나, 속이 마구 뒤집히고 불안한 마음만 가득해졌다.
내 전화기로 급히 딸아이의 전화번호를 누르니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어쩌구..."
온갖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마구 휘졌는다. '여지껏 뭐했어. 빨리 신고라도 했어야지, ..." 퉁명스레 화를 내고는
일단 텁텁한 입안을 헹구려 양치질을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는 2~3분 동안 머릿속을 수치는 그 불안, 불안 불안...
'우선, 전화 한 번 더 해 보고, 신고를 해야겠구나... 어쩌구...' 속으로 궁리를 하고서 전화기를 놓아둔 방으로 들어 가면서 보니까
식구는 그제도 소파에 엎드려서 어깨를 들먹이고 있다.
전화기를 집어드는데, 반짝반짝 불이들어 온다. 메시지가 온다는 신호 !
뚜껑을 열고 '수신'을 누르니, 이게 뭐람 !
"아빠 오늘은 만우절이에요 !"
에구, 이게 모야 !!!
허억 ~ 숨이 막힌다. 반가움도 그런 반가움이 있을까, 그리고 뒤이어,'요런 괴씸한 것들...'

전화기를 들고 거실로 나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줌마, 이기 뭐고?"
그러자, 엎드려 있던 식구가 통쾌무비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는, '**아 이제 나오너라, 하하하하하 ~'
곧 이어, 뒷베란다 쪽에서 딸아이가 뛰어 나오면서 "April fool !"

식구 : "**아 니는 좀 더 있다가, 너거 아빠 진심을 알아보고 나와야지 이렇게 빨리 나오면 우짜노?"
딸내미 : "엄마, 뒷베란다가 너무 추웠어. 그리고 아빠가 너무 침착하기에 나는 엄마랑 아빠가 짜고서 나를 일부러 더 오래 거기에
               있도록 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
"근데, **아 너거 아빠 정말 너무 냉정하재? 내가 그렇게 말하는데도 꼭 부처같이 담담하게 양치질이나 하고 그렇더노?
정말 냉정하재? "
나 : "이사람아, 그건 냉정이 아니고, 침착이야, 침착......"

그렇게 웃고 말았지만, 아니야 !  
나, 냉정한 사람 아니야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