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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6.04.03 11:27:57 (*.114.167.12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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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금요일의 출장, 35년만에 진하 해수욕장도 들러보고
저녁에는해물탕과 설중매 몇 병에 얼어서 부득이 외박 !
그리고, 토요일, 4월 1일 아침, 일찌감치 전화로 귀가한다는 보고를 식구에게 정중히 하고서
경부고속도로를 달려서는 집에 도착한 시간이 낮 12시.
문을 열어 주는 식구의 안색이 아주 별로다. 의외다, 의외.
내가 역마살이 끼었는지, 유달리 출장이 많은 편인데, 돌아왔을 때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왜?
분위기상, 별 말 없이 옷을 갈아 입고 거실에 나가니 식구가 소파에 엎드려 있었다.
"뭐야, 왜그래 ?"
묵묵부답. - 이런 답답할 노릇이 있나.
몇 번을 다그치니까 그제서야 "**이가 어젯밤에 친구 집에 갔다 온다고 했는데 아직도 안들어 오고, 전화도 안되고 해서..."
**이는, 이번에 졸업한 딸아이의 이름이다.
"뭐야, 누구집에? 언제?"
"그냥 친구집이라고 했는데, 어젯저녁 8시에 나갔는데, 전화도 없고, 지금은 전화기도 꺼져 있다고 하고..." 그저 마구 울상이다.
이런 답답한 일이 있나, 속이 마구 뒤집히고 불안한 마음만 가득해졌다.
내 전화기로 급히 딸아이의 전화번호를 누르니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어쩌구..."
온갖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마구 휘졌는다. '여지껏 뭐했어. 빨리 신고라도 했어야지, ..." 퉁명스레 화를 내고는
일단 텁텁한 입안을 헹구려 양치질을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는 2~3분 동안 머릿속을 수치는 그 불안, 불안 불안...
'우선, 전화 한 번 더 해 보고, 신고를 해야겠구나... 어쩌구...' 속으로 궁리를 하고서 전화기를 놓아둔 방으로 들어 가면서 보니까
식구는 그제도 소파에 엎드려서 어깨를 들먹이고 있다.
전화기를 집어드는데, 반짝반짝 불이들어 온다. 메시지가 온다는 신호 !
뚜껑을 열고 '수신'을 누르니, 이게 뭐람 !
"아빠 오늘은 만우절이에요 !"
에구, 이게 모야 !!!
허억 ~ 숨이 막힌다. 반가움도 그런 반가움이 있을까, 그리고 뒤이어,'요런 괴씸한 것들...'

전화기를 들고 거실로 나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줌마, 이기 뭐고?"
그러자, 엎드려 있던 식구가 통쾌무비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는, '**아 이제 나오너라, 하하하하하 ~'
곧 이어, 뒷베란다 쪽에서 딸아이가 뛰어 나오면서 "April fool !"

식구 : "**아 니는 좀 더 있다가, 너거 아빠 진심을 알아보고 나와야지 이렇게 빨리 나오면 우짜노?"
딸내미 : "엄마, 뒷베란다가 너무 추웠어. 그리고 아빠가 너무 침착하기에 나는 엄마랑 아빠가 짜고서 나를 일부러 더 오래 거기에
               있도록 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
"근데, **아 너거 아빠 정말 너무 냉정하재? 내가 그렇게 말하는데도 꼭 부처같이 담담하게 양치질이나 하고 그렇더노?
정말 냉정하재? "
나 : "이사람아, 그건 냉정이 아니고, 침착이야, 침착......"

그렇게 웃고 말았지만, 아니야 !  
나, 냉정한 사람 아니야 ㅎㅎㅎㅎㅎ
댓글
2006.04.03 11:55:31 (*.159.174.223)
빈지게

古友님!
저도 심각하게 읽어 내려가다가 한참을 웃
었습니다.ㅎㅎ
님께서 냉정한 것이 아니고 평소에 화목하고
행복하게 생활을 하셨기에 만우절날 그렇게
부담없이 古友님을 속이셨겠지요.
古友님댁의 행복의 향기가 봄바람을 타고 춘
향골까지 날아옵니다.
앞으로도 늘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삭제 수정 댓글
2006.04.03 11:57:04 (*.231.63.20)
an


에궁~! 깨소금이닷~ㅋ~!!
침착..침착..푸하하하~ㅎㅎㅎ
에구구..너모 너모 고소해랑
고롬요~ㅎ 냉정한 사람 아니지욤~히힛~!

thanks 고우님~!
댓글
2006.04.03 12:59:29 (*.114.167.122)
古友
만우절 !
정말 오랫만에 실감했습니다. 이제는 많이 많이 퇴색한 날입니다만....
아직도 냉정과 침착의 그 모호함 구분에 헷갈립니다만요 ㅎㅎㅎㅎ
빈지게님, 춘향골의 봄내음이 슬몃 그리워 지는 날입니다.
경남쪽의 봄은 봤지만 ....
좋은 날 되세요.
댓글
2006.04.03 13:03:16 (*.114.167.122)
古友
an 님 !
조오기 그 애기사진, 메롱 ~
무지무지 귀엽습니다. 옆에 있으면 볼이래도 한 번 살짝 찔러보고 싶어 ~~ !
적재적소에 적절한 컷 올리시는 an님의 그 재주 !
와~ 놀라울 뿐 !!!!!
깨소금 하고, 간장해서 밥 비며 먹으면 너무너무 맛있지요 ㅋㅋㅋㅋ
맞아여 ~ 나, 냉정인간 절대루 아닌데 .... ㅎㅎㅎ
댓글
2006.04.03 14:19:23 (*.151.17.234)
반글라
풋 하하~
읽어 내려가면서 딸가진 부모의 심정이
전부 똑 같을까 생각하며 읽어 내려갔건만...

ㅋㅋㅋㅋㅋ
만우절날 큰거 한방 맞으셨구만유~

古友님^^.
가슴이 철렁했었쥬?...
댓글
2006.04.03 15:41:46 (*.105.150.218)
오작교
저 역시 말만한 녀석들이 둘이 있는 사람이라서
가슴이 철렁했었는데
그래도 "좋은 일이니까 이곳에 올렸겠지" 하면 눈길을 빨리 아래로
향했습니다.

유쾌, 통쾌,상쾌합니다....
사모님의 연기가 압권이었군요.
이래저래 가족은 즐거운 단어입니다.
댓글
2006.04.03 16:30:37 (*.239.30.58)
고운초롱
古友님.
지두~가심이 철렁했네욤~
이제서야 크게 숨을 내쉬어 봅니다..욤~ㅎ
클클ㅋ~~ㅋ
댓글
2006.04.03 22:02:36 (*.118.25.72)
古友
옙 !
큰 거 한방 맞았습니다.
희한한 것은, 집사람이 그런 '연기' 그런데에는 통 소질이 없는데 (사실), 그날따라 내가
장거리 룬전후의 피로 때문인지, 집사람을 눈여겨 보질 못했던 실수 ~~ ㅎㅎㅎ
※ 집사람은 소파에 엎드려서는 웃음 참느라고 무지 애먹었다는 괴씸한 후일담.

이런, 가슴 철렁한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에혀 ~~
댓글
2006.04.03 22:32:19 (*.39.129.195)
하늘빛
아유~위에서부터 읽어 내려오며
가슴이 쿵쿵거렸어요.
마치 제딸이 그리된냥 얼마나 가슴 조였는데요.
이긍^^*만우절이라해두 넘 큰 놀라움입니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으셨겠어요.
하지만 웃음소리 따라 베란다에서 뛰어나오는 딸이
정말 반가우셨죠?
가슴 철렁하게 하는 만우절 행사는 절대 안된다니까요.
댓글
2006.04.04 00:06:41 (*.92.8.218)
구성경
만우절을 즐길 줄 하는 가정,
정말 화목해 보입니다.
古友님! 놀란만큼 더 오래 사실겁니다.
앞으로도 화목한 가정으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4.04 00:53:14 (*.36.158.133)
cosmos
에궁 가슴이야...

古友님 미오!...
딸 키우는 저도 을메나 가슴 졸였다구요.

학창시절에 골탕 먹고 먹이던
만우절의 추억이 생각나는 시간이였네요.

古友님의 행복한 가정에
더한 축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4.04 14:44:05 (*.114.167.116)
古友
ㅎㅎㅎㅎ
솔직히, 저도 양치질을 하는 그 시간에 자꾸 심장이 조이는듯, 벌렁거리는 듯
온갖 불길한 상상이 다 됩디다. - 그런데도 '냉정' 하다고 하다니.
이런 소재의 장난은 썩 유쾌한 것은 아니어서 찜찜하고요. (해서, 뒤에 잔소리 좀 해습니다. 소재 선정 잘 하라고...)
하두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자식들 걱정이 늘 앞섭니다.
여기, 이 평온한 홈에 풍파를 잠시 일으킨 듯.... 죄송. 꾸벅 ~~
댓글
2006.04.05 01:32:34 (*.193.166.126)
푸른안개
에구~~ ㅎㅎㅎㅎ
정말 완전히 속임을 당하셨네요.
그래서 잔인한 사월이였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멋진 각본이 만들어 졌으니
언제 기회가 되시면 영상으로 필름에 담아보세요.
좋은 추억거리로 오래 오래 남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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