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제한없이 올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다만 눈쌀이 찌뿌러지는 글이나 미풍양속에 반하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합니다.
  •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감자의 몸/ 길상호

빈지게 1829

1

4



감자의 몸/ 길상호  


감자를 깎다 보면 칼이 비켜가는

움푹한 웅덩이와 만난다

그곳이 감자가 세상을 만난 흔적이다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맹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벼랑의 억센 뿌리들처럼 마음 단단히 먹으면

돌 하나 깨부수는 것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뜨거운 하지夏至의 태양에 잎 시들면서도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이라는

뿌리의 그 마음 마르지 않았다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웅덩이 속에

씨눈이 하나 옹글게 맺혀 있다

다시 세상에 탯줄 댈 씨눈이

옛 기억을 간직한 배꼽처럼 불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독을 가득 품은 것들이라고

시퍼런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신고공유스크랩
4
an 2006.04.04. 09:18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이 의미있는 구절에서 눈길이 한참을 머물었다..
난 언제 쯤이면 깨닫게 되는 걸까..

thanks 빈지게칭구~!
빈지게 글쓴이 2006.04.04. 11:48


an 칭구!
칭구는 젠즉 많이 깨닫고 계시겠지요?
언제나 생각이 깊고 넉넉하신 것을 보
면 말예요.

여기는 아침부터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
랍니다. 칭구!
古友 2006.04.04. 14:36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맹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들 잊습니다.
그리곤, 이내 아쉬워 하게되고.....

언제나 깨달을까 ! 근디 같이 올려진 이 음악은 왜 이리 아픈지...
푸른안개 2006.04.05. 01:11
의미 깊은 시한수 즐감하고 갑니다.
감자의 몸에서 험난한 세상 사는
모습을 비춰볼수가 있네요.

이리 밀리고 저리 넘어지면서
그래도 인내하며 삶을 영위해 나가는
아름다운 우리들의 모습을...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오작교 22.04.26.16:57 175063 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오작교 14.12.04.10:33 186932 0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오작교 14.01.22.17:09 203845 0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3.06.27.09:38 204739 0
1173
normal
김일경 06.04.05.02:08 1812 +20
1172
normal
빈지게 06.04.04.23:08 1754 +11
1171
normal
진리여행 06.04.04.19:51 1862 +25
1170
normal
구성경 06.04.04.19:19 1628 +11
1169
normal
별빛사이 06.04.04.18:40 1759 +22
1168
normal
빈지게 06.04.04.13:41 1750 +1
1167
file
古友 06.04.04.12:19 1502 +3
normal
빈지게 06.04.04.08:32 1829 +1
1165
normal
빈지게 06.04.04.08:18 1521 +2
1164
normal
cosmos 06.04.04.00:33 1812 +1
1163
normal
빈지게 06.04.04.00:23 1426 +3
1162
normal
빈지게 06.04.04.00:03 1446 +2
1161
normal
시김새 06.04.03.23:39 1811 +20
1160
normal
하늘빛 06.04.03.21:40 1751 +13
1159
normal
古友 06.04.03.11:27 1807 +9
1158
normal
구성경 06.04.03.09:08 1470 +4
1157
normal
구성경 06.04.03.09:01 1811 +4
1156
normal
안개 06.04.02.23:01 1735 +3
1155
normal
빈지게 06.04.02.22:05 1840 0
1154
normal
구성경 06.04.02.19:40 192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