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4.04 08:32:47 (*.159.174.223)
1312
1 / 0




감자의 몸/ 길상호  


감자를 깎다 보면 칼이 비켜가는

움푹한 웅덩이와 만난다

그곳이 감자가 세상을 만난 흔적이다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맹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벼랑의 억센 뿌리들처럼 마음 단단히 먹으면

돌 하나 깨부수는 것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뜨거운 하지夏至의 태양에 잎 시들면서도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이라는

뿌리의 그 마음 마르지 않았다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웅덩이 속에

씨눈이 하나 옹글게 맺혀 있다

다시 세상에 탯줄 댈 씨눈이

옛 기억을 간직한 배꼽처럼 불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독을 가득 품은 것들이라고

시퍼런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삭제 수정 댓글
2006.04.04 09:18:05 (*.159.84.181)
an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이 의미있는 구절에서 눈길이 한참을 머물었다..
난 언제 쯤이면 깨닫게 되는 걸까..

thanks 빈지게칭구~!
댓글
2006.04.04 11:48:34 (*.159.174.223)
빈지게


an 칭구!
칭구는 젠즉 많이 깨닫고 계시겠지요?
언제나 생각이 깊고 넉넉하신 것을 보
면 말예요.

여기는 아침부터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
랍니다. 칭구!
댓글
2006.04.04 14:36:44 (*.114.167.116)
古友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맹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들 잊습니다.
그리곤, 이내 아쉬워 하게되고.....

언제나 깨달을까 ! 근디 같이 올려진 이 음악은 왜 이리 아픈지...
댓글
2006.04.05 01:11:51 (*.193.166.126)
푸른안개
의미 깊은 시한수 즐감하고 갑니다.
감자의 몸에서 험난한 세상 사는
모습을 비춰볼수가 있네요.

이리 밀리고 저리 넘어지면서
그래도 인내하며 삶을 영위해 나가는
아름다운 우리들의 모습을...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75718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86485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03139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03819   2013-06-27 2015-07-12 17:04
1912 틀리기 쉬운 우리말(요즘은 컴 용어 때문에 한글을 더 틀리는것 같습니다.) 6
구성경
4398 145 2006-03-03 2006-03-03 10:47
 
1911 부모님과 함께 다녀온 선암사 7
빈지게
1228 1 2006-08-27 2006-08-27 11:56
 
1910 너도 바람꽃/권달웅 2
빈지게
1245   2006-08-27 2006-08-27 11:52
 
1909 因 緣 2
바위와구름
1311 21 2006-08-27 2006-08-27 11:42
 
1908 파리의 연인 정사장면 5
늘푸른
1203 1 2006-08-26 2006-08-26 18:19
 
1907 가을날의 초대장 9
조지아불독
1267 17 2006-08-26 2006-08-26 02:14
 
1906 귀향(歸鄕) 1
고암
1259 3 2006-08-25 2006-08-25 13:37
 
1905 마음/곽재구 1
빈지게
1159 1 2006-08-25 2006-08-25 13:30
 
1904 ♣ 은 방 울 꽃 의 전 설 ♣ 3
별빛사이
1148 1 2006-08-24 2006-08-24 21:39
 
1903 사람의 품위/고도원. 외1
이정자
1247 2 2006-08-24 2006-08-24 14:27
 
1902 서울남자 vs 경상도여자 2
안개
1155 4 2006-08-24 2006-08-24 14:22
 
1901 우리나라의 빼어난 경치 1
장녹수
944 3 2006-08-24 2006-08-24 14:04
 
1900 ‘ 어머니와의 약속 ’ - 하인스 워드 - 3
조지아불독
1428 22 2006-08-24 2006-08-24 12:05
 
1899 처서(處暑) “가을 바람에 여름 습기를 말리는 때”
광백
1306 19 2006-08-23 2006-08-23 22:50
 
1898 애원/시김새
시김새
1254 2 2006-08-23 2006-08-23 16:17
 
1897 혼자가는 길
김 미생
1237 8 2006-08-23 2006-08-23 14:03
 
1896 자귀꽃/박성우 3
빈지게
1216 2 2006-08-22 2006-08-22 23:35
 
1895 여유를 가지고 한 번 웃어 보시기 바랍니다 5
늘푸른
1237 3 2006-08-21 2006-08-21 21:03
 
1894 ♣ 사랑의 발자국 ♣ 3
간이역
1249 1 2006-08-21 2006-08-21 16:08
 
1893 산정묘지1/조정권
빈지게
1172 6 2006-08-21 2006-08-21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