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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4 08:32:47 (*.159.17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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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몸/ 길상호  


감자를 깎다 보면 칼이 비켜가는

움푹한 웅덩이와 만난다

그곳이 감자가 세상을 만난 흔적이다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맹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벼랑의 억센 뿌리들처럼 마음 단단히 먹으면

돌 하나 깨부수는 것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뜨거운 하지夏至의 태양에 잎 시들면서도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이라는

뿌리의 그 마음 마르지 않았다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웅덩이 속에

씨눈이 하나 옹글게 맺혀 있다

다시 세상에 탯줄 댈 씨눈이

옛 기억을 간직한 배꼽처럼 불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독을 가득 품은 것들이라고

시퍼런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삭제 수정 댓글
2006.04.04 09:18:05 (*.159.84.181)
an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이 의미있는 구절에서 눈길이 한참을 머물었다..
난 언제 쯤이면 깨닫게 되는 걸까..

thanks 빈지게칭구~!
댓글
2006.04.04 11:48:34 (*.159.174.223)
빈지게


an 칭구!
칭구는 젠즉 많이 깨닫고 계시겠지요?
언제나 생각이 깊고 넉넉하신 것을 보
면 말예요.

여기는 아침부터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
랍니다. 칭구!
댓글
2006.04.04 14:36:44 (*.114.167.116)
古友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맹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들 잊습니다.
그리곤, 이내 아쉬워 하게되고.....

언제나 깨달을까 ! 근디 같이 올려진 이 음악은 왜 이리 아픈지...
댓글
2006.04.05 01:11:51 (*.193.166.126)
푸른안개
의미 깊은 시한수 즐감하고 갑니다.
감자의 몸에서 험난한 세상 사는
모습을 비춰볼수가 있네요.

이리 밀리고 저리 넘어지면서
그래도 인내하며 삶을 영위해 나가는
아름다운 우리들의 모습을...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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