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그리고 아름다운 낭송가님의 목소리.
  •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치자꽃 설화 / 박규리(남송 김세원)

오작교 2273

0

0
치자꽃 설화 / 박 규 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에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가랑비 엷게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꾹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배경음악 Elegy / Michael Hoppe

신고공유스크랩
0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링크가 끊어진 게시물들은 모두 삭제했습니다. 1 오작교 24.06.15.22:39 1515 0
18
file
오작교 24.11.21.15:06 161 0
17
file
오작교 24.11.21.14:51 180 0
16
file
오작교 24.11.21.14:21 142 0
15
normal
오작교 24.10.01.13:11 460 0
14
normal
오작교 24.10.01.11:59 536 0
13
normal
오작교 24.05.10.16:16 875 0
12
normal
오작교 21.12.09.14:25 2157 0
11
normal
오작교 21.12.09.13:39 2125 0
10
normal
오작교 21.12.09.09:45 2216 0
9
normal
오작교 21.12.08.16:52 2571 0
normal
오작교 21.12.08.16:11 2273 0
7
normal
달링하버 20.07.08.09:09 3412 +1
6
normal
달링하버 20.07.08.09:06 3185 0
5
normal
달링하버 20.07.01.09:39 3069 0
4
file
고이민현 15.03.14.15:38 6156 +1
3
normal
오작교 14.05.15.20:32 8579 0
2
normal
오작교 14.04.28.17:41 8292 0
1
file
瀣露歌 12.11.22.23:40 1160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