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기타

술빵 냄새의 시간

동행 1687

1
김은주

술빵 냄새의 시간

 

 

/ 김은주

 

 

컹컹 우는 한낮의 햇빛,

달래며 실업수당 받으러 가는 길

을지로 한복판 장교빌딩은 높기만 하고

햇빛을 과식하며 방울나무 즐비한 방울나무,

추억은 방울방울*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떼 지은 평일의 삼삼오오들이 피워 올린 하늘

비대한 구름떼

젖꽃판 같이 달아오른 맨홀 위를 미끄러지듯 건너

나는 보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후끈 달아오르고 싶었으나 바리케이드,

가로수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바리케이드

곧게 편 허리며 잎겨드랑이며 빈틈이 없어

부러 해 놓은 설치처럼 신비로운 군락을 이룬

이 한통속들아

한낮의 햇빛을 모조리 토해내는

비릿하고 능란한 술빵 냄새의 시간

끄억 끄억 배고플 때 나는 입 냄새를 닮은

술빵의 내부

부풀어 오른 공기 주머니 속에서 한잠 실컷 자고 일어나

배부르지 않을 만큼만 둥실,

떠오르고 싶어

 

*1991년에 발표된 일본 애니메이션 제목.

** ‘추억은 방울방울’에 나오는 대사.

(2009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공유
1
은하수 2009.03.11. 12:05
추억속에서 한참 자고나면
술빵냄새,,,그리움이...
동행님!...
즐거운,,나날되세요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96419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93223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100498 +73
469 기타
normal
동행 09.03.26.23:13 4037 +42
468 기타
normal
동행 09.03.26.23:10 4232 +32
467 희망
normal
동행 09.03.26.21:50 4669 +25
466 고독
normal
귀비 09.03.26.13:08 2817 +14
465 사랑
normal
귀비 09.03.25.23:40 1859 +16
464 애닮음
normal
은하수 09.03.25.03:42 1891 +13
463
normal
귀비 09.03.23.23:19 2917 +14
462 기타
normal
보리피리 09.03.20.15:59 2135 +21
461 고독
normal
귀비 09.03.18.23:39 2364 +16
460 애닮음
normal
귀비 09.03.17.23:01 2294 +11
459 고독
normal
귀비 09.03.11.23:20 1896 +16
458 희망
normal
은하수 09.03.11.11:45 1783 +21
457 사랑
normal
귀비 09.03.09.23:46 1778 +13
456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9 2564 +11
455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4 2269 +11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0 1687 +15
453 기타
normal
동행 09.03.04.09:07 1631 +15
452 사랑
normal
우먼 09.02.26.15:04 2270 +16
451 사랑
normal
이흥수 09.02.24.17:07 2306 +12
450 기타
normal
동행 09.02.24.08:23 232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