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 Back
  • Down
  • Up
  • List
  • Comment
기타

미스 민

시몬 7036

1
시인이름 나태주
미스 민/ 나태주



미스 강 미스 장 미스 진
그 흔한 술집 성씨 중의 하나인
미스 민
아버지 어머니가 물려주고 지어준
성씨와 이름은 아예 어느 시궁창에다
버리고 왔는지
그냥 미스 민
어느 해 여름날 밤이던가
미친 바람이 불어 찾아간 부여의
뒷골목
이름조차 아리송한 후진 맥주집
그녀도 한 마리 짐승이 되고
나도 한 마리 짐승이 되어
만난 미스 민
실컷 지꺼리고 웃고
실컷 술 마시고 그냥 그렇게
그날 밤 헤어졌는데
그 뒤로 얼마의 세월이
흘렀던가 어느날
공주의 뒷골목 청솔이란
술집에 찾아갔더니
아, 거기 미스 민이
와 있는 게 아닌가
실은 나는 언제 그녀를 만났는지
어디서 만났는지
깡그리 잊어먹고 있었는데
그녀는 나를 보자 담박 알아보는 게 아닌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났는지
그 모든 것들을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날 밤
내가 적어 준 시덥잖은 시나부랭이까지
손지갑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의 그 부끄럽던 마음이라니...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진 나의 마음에 비하여
그녀는 얼마나 깨끗한 순정을 지닌
이 나라의 아름다운 한 사람
아낙이던가...
알아주는 사람 있으나마나
제멋대로 피었다 제멋대로 지는
서럽도록 노랗고 파란 우리나라 들꽃인
달맞이꽃이나 달개비 아니면 꼭두서니 같은
미스 민
술을 많이 마시면 피가 더러워져서
살이 찌고 얼굴빛이 검어져요
슬프게 웃으며 말하던
술집 성씨 미스 민.
Share
1
청풍명월 2013.10.11. 20:51
미스민 나태주의 글 잘 보고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Add Comment
Cancel Add Comment

Report

"님의 댓글"

Report This Comment?

Comment Delete

"님의 댓글"

Are you sure you want to delete?

List

Share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No. 시인이름 Category Subject Author Date Views Upvote
Notice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248507 0
296 김효태 기타
normal
청풍명월 13.10.16.16:24 7480 0
295 김효태 기타
normal
청풍명월 13.10.14.18:15 6802 0
294 도창회 기타
normal
바람과해 13.10.14.10:49 6557 0
293 김효태 그리움
normal
청풍명월 13.10.13.18:14 6387 0
292 설기수 기타
normal
바람과해 13.10.11.12:11 7395 0
291 김미경 가을
normal
데보라 13.10.09.00:02 6868 0
290 여재학 그리움
normal
바람과해 13.10.04.13:02 6347 0
289 이 병률 그리움
normal
2
시몬 13.10.04.09:56 6213 0
288 김경주 애닮음
normal
시몬 13.10.03.08:57 7016 0
287 요시노 히로시 사랑
normal
루디아 13.10.02.22:44 6858 0
286 한계순 기타
normal
바람과해 13.09.27.12:20 8274 0
285 김지란 애닮음
normal
바람과해 13.09.24.11:09 6990 0
나태주 기타
normal
시몬 13.09.12.09:19 7036 0
283 심보선 기타
normal
시몬 13.09.10.10:32 7570 0
282 이장욱 애닮음
normal
시몬 13.09.09.07:29 6912 0
281 김재두 애닮음
normal
바람과해 13.09.06.11:23 6695 0
280 문정희 애닮음
normal
시몬 13.09.02.10:13 7155 0
279 김지란 기타
normal
바람과해 13.08.29.11:11 7493 0
278 이 석현 사랑
normal
시몬 13.08.27.07:02 7787 0
277 배 한 봉 기타
normal
루디아 13.08.26.22:48 687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