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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작교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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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년 같으면 5월에 내리는 고랭지의 서리가 두려워 채소 모종을 6월에 들어서 심곤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과감하게 5월 소순에 심었다. 지구 온난화를 예상해서였다. 간밤(5월 18일)에 우박이 좀 내리긴 했지만 아침에 나가 보았더니 모종들은 말짱했다.

  고추 모종 두 판(여섯 두렁), 상추 모종 한 판(두 두렁), 오이 한 두렁 그리고 가지와 호박을 심었다. 두어 해 삯일꾼에게 부탁해서 채소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고추는 너무 매워서 먹을 수가 없었고 그 밖의 채소도 내 식성에는 맞지 않아 별로였다. 그래서 금년에는 일부러 양재동 꽃시장에 가서 손수 모종을 골라 심었다.

  요즘 나는 무럭무럭 자라 오르는 채소를 가꾸는 재미를 누리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상추를 뜯어 먹는다. 사실 채소 농사는 먹는 것보다 기르는 재미에 있다. 아침에 채소밭 머리에 서서 생기에 가득 찬 채소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나무에 꽃은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기현상을 지켜보면서 생태계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언젠가 들으니 현재 지구상에서 벌이 40퍼센트나 소멸되어 양봉 농가들이 울상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그 원인이 휴대전화의 전자파 때문이라는 것이다. 벌이 이 지구상에서 소멸되면 식물도 그만큼 소멸된다. 촉매작용을 할 수 있는 벌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삶에도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오두막 둘레에 있는 예닐곱 그루의 산자두와 돌배나무가 꽃은 무성하게 피우면서도 열매가 열리지 않는 현상이 지난 5, 6년 전부터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두려운 일이다.

  산골에서는 전자파보다는 고랭지의 밭에 수없이 뿌려 대는 독한 농약 때문에 벌들이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든 생물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놀라운 신비를 알아차리게 되면 거기에 의지해 살고 있는 생명체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돈과 경제에 눈이 멀면 상관관계에 얽혀 있는 자연의 가르침을 듣지 못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식물계에만 한정되지 않고 새나 짐승들에게도 닥치고 있다. 남쪽에서 봄이면 맨 먼저 쇠찌르레기 소리가 잠든 숲을 깨우곤 했는데 몇 해 전부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히요이, 호이, 호이, 호이’하고 매끄럽게 우는 삼광조도 사라지고 안 보인다. 몸은 제비처럼 생기고 꼬리의 길이가 몸의 세 배쯤 되는 날렵하고 아름다운 새다. 그리고 부리와 다리는 선명한 붉은 색이고 머리 꼭대기서부터 꼬리까지는 적갈색을 띤 호반새, ‘쿄로로로’하며 길게 우는 이 호반새도 찾아오지 않는다. 개울가에서 고기를 채가는 물총새도 사라진 지 오래다.

  독한 농약을 마구 뿌려 대기 때문에 자연의 일부인 새들이 이 땅을 떠나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이 소멸되고 있다. 제철이 되어도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땅은 결코 온전한 땅이 아니다. 문득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연상된다.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환경 호르몬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 불임이 늘어 간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인데, 요즘은 소도 사람을 닮아 가는 지 암소가 송아지를 낳으려면 암수끼리 접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사가 암소네 집을 방문하여 인공수정을 하고 가는 현실이다.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자신이 이런 세상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깊이깊이 각성해야 한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글출처 : 아름다운 마무리(법정스님 : 문학의 숲)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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