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약한 것이 강한 것에 먹히는 세상에서

오작교 400

0
  지난밤에는 안골짝에서 고라니 우는 소리에 몇 번인가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로 한밤중에 거센 목청으로 그리 우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자기 짝을 찾아서 그러는지, 어미를 잃은 새끼가 어미 생각을 하느라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수도를 다시 이어 놓기 위해 얼음이 풀린 수원지 쪽으로 올라가다가 길섶에 죽어 있는 고라니를 보고 섬뜩 놀란 적이 있다. 분명 고라니보다 사나운 짐승이 반쯤 뜯어먹은 자취가 남아 있었다. 그곳에 독수리가 붙어 있다가 인기척을 듣고 훌쩍 날아올랐다.

  몇 해 전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때는 뼈만 해골처럼 앙상하게 남겨진 동물의 섬뜩한 모습을 보고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깊은 산중에는 이와 같이 약한 것이 강한 것에 먹히는 생존경쟁의 치열함이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하기만 한 숲 속에서 이런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자연의 속 얼굴이 들여다보인다. 그 드러난 형태만 다르지 사람들이 얽혀 사는 인간사회에도 약육강식은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먹히지 않고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새삼스럽게 여겨진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의 약육강식을 비교하면 산업사회 쪽이 훨씬 치열하다. 농경사회는 서로 도와 가면서 살아야 하는 이웃이 있어 인간적인 여백이 두텁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서로 밟고 일어서야 하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비정하고 살벌하다.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가 부족들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이른바 미개사회의 가치의식에 대한 몇 가지 일화는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학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농부들에게 비료를 갖다 주었다. 농부들이 처음 본 그 비료를 밭에 뿌렸더니 전에 없던 풍작이었다. 농부들은 그 부족의 지혜로운 눈먼 추장을 찾아가 말했다.

“  우리는 작년보다 두 배나 많은 곡식을 거두었습니다.”

  추장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농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아이들아, 매우 좋은 일이다. 내년에는 밭의 절반만을 갈아라.”

  그들은 사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필요 이상의 것은 원치 않았다.

  다음 이야기는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보잘것없는 도구로 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유럽에서 이주해 온 백인들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나무를 단번에 쓰러뜨릴 수 있는 큰 도끼를 하나 보내 주었다. 다음 해에 원주민들이 그 도끼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보기 위해 다시 그 마을을 찾았다. 그들이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그들을 에워쌌다.

  그때 추장이 다가와 말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고마움을 어떻게 다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들이 이 도끼를 보내 준 다음부터 우리는 더 많은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인디언들은 빨리 일을 끝내고 자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백인들은 자기네처럼 그들이 어 많이 갖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모자랄까 봐 미리 준비해 쌓아 두는 그 마음이 곧 결핍 아니겠는가. 그들은 그날그날의 삶을 즐길 줄 알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필요 이상의 것을 그들은 원치 않았다.

글출처 : 아름다운 마무리(법정스님 : 문학의 숲) 中에서.....
 
 

  
2010.04.16 (09:45:29)
[레벨:29]id: 오작교
 
 
 

욕심이 없이 산다는 것,

생각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210.204.44.5)
  
2010.04.18 (15:07:27)
[레벨:16]id: 유지니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싶어도

항상 없었기 때문에 그럴수 없다는 생각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일것 같군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마음을 다스리는 자세가 더욱 필요한것 같습니다.

 
(76.170.130.50)
  
2012.03.04 (09:55:48)
[레벨:9]id: 귀비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기뻐한다

자기 행동이 떳떳함을 보고

그는 기뻐하고 즐거워 한다..

 

항상 내 자신에게 떳떳함으로~~~

기뻐하고 행복해 한다.

 

공유
0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오작교 22.08.06.11:59 3388
16
normal
오작교 21.11.09.17:11 392
15
normal
오작교 21.11.09.17:09 469
normal
오작교 21.11.09.17:07 400
13
normal
오작교 21.11.09.17:05 455
12
normal
오작교 21.11.09.17:03 433
11
normal
오작교 21.11.09.16:59 464
10
normal
오작교 21.11.09.16:57 417
9
normal
오작교 21.11.09.16:54 476
8
normal
오작교 21.11.09.16:51 405
7
normal
오작교 21.11.09.16:47 658
6
normal
오작교 21.11.09.16:44 498
5
normal
오작교 21.11.09.16:42 477
4
normal
오작교 21.11.09.16:39 435
3
normal
오작교 21.11.09.16:29 521
2
normal
오작교 21.11.09.16:28 2597
1
normal
오작교 21.11.09.16:24 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