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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채비를 하다

오작교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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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아름다운 마무리
  요 몇 해 사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때문에 산중의 겨울 살림살이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다. 눈 고장에 눈이 제대로 내리지 않고 강추위가 잇따르면 무엇보다도 식수원인 개울이 얼어붙어 물을 구할 수 없다.

  혹독한 추위일지라도 눈이 내려 쌓이면 이를 보호막으로 얼음장 밑으로 물은 흐른다. 그런데 눈이 내리지 않고 강추위가 계속되면 개울이 바닥까지 얼어붙어 물을 찾을 수 없다. 작년 겨울 한동안은 얼음을 녹여 식수로 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극한상황 속에 살면 사람의 심성 또한 얼어붙어 물기가 모자란다. 이렇게 되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물을 찾아 이주해야 한다.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어쩔 수 없이 물이 있는 산자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산자락이면 위태로운 빙판길을 오르내릴 일도 없을 것이다. 내 한 몸 기댈 곳에 점을 찍고 지난봄부터 일을 시작했다. 다행히 아름드리 소나무 숲 속에 단칸집을 지을 만한 터가 있었다.

  제대로 배운 목수는 아니지만 아는 일꾼의 손을 빌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귀틀집을 어렵사리 지었다.

  통나무로 켜켜이 쌓아 올리고 그 틈을 진흙으로 발랐다. 단칸방이지만 좌우로 창문을 높이 내고 정면으로 밝은 들창도 달았다. 천장을 서까래가 드러나도록 높이고 지붕은 귀틀집에 어울리게 너와를 얹었다.

  내가 이 집터를 선택한 이유는 뭣보다도 집 뒤에 묵은 샘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산 아래 살던 다섯 집이 이 샘물을 길어다 먹었다고 했다. 흙더미에 묻혀 있던 샘을 다시 파 보았더니 바위틈에서 맑은 물이 솟았다. 물맛도 그만하고 수량도 넉넉해서 이제 혹독한 추위에도 물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집 뒤로 한 30미터쯤 올라간 곳에 있는 이 고마운 샘에 이름을 지어 주고 싶어 급월정(汲月井)이라고 했다. 달을 길어 올리는 샘이라는 뜻이다.

  겨울철을 지내기 위해 지은 오두막이지만 나 혼자 살지 않고 해와 달과 함께 살자는 뜻에서 일월암(日月庵)이란 편액을 달았다. 밝은 집에서 밝게 살고자 한 염원에서다.

  집 일을 하고 남은 헌 판자쪽이 있어 갑골 문자에서 해와 달을 빌리고 ‘집 암’자는 찾을 수 없어 손수 간략하게 집의 형상을 그려 놓았다. 집 일 하던 일꾼이 무슨 글자인지 묻기에 ‘그림 글자’라고 일러 주면 함께 웃었다.

  시절인연에 따라 겨울철에는 이 집에서 내 삶을 이어 가려고 한다. 그동안 쌓인 책을 지난여름 흩어 버린 것도 보다 간소하고 홀가분하게 살기 위해서였다.

  한 수행자가 몸담아 사는 생활공간을 얼마만큼 최소화할 수 있는가를 나는 이 집에서 실험해 보고 싶다. 수행자에게 어떤 것이 본질적인 삶이고 무엇이 부수적인 삶인가를 순간순간 나 자신에게 물으려고 한다.

  조선시대 함허 득통 선사는 이렇게 읊었다.
 
진종일 일없이 앉았노라니
하늘이 꽃비를 뿌리는구나
내 생애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표주박 하나 벽 위에 걸려 있네
글출처 : 아름다운 마무리(법정스님 : 문학의 숲) 中에서.....
 

  
2012.03.11 (10:16:58)
[레벨:9]id: 귀비
 
 
 

경전을 조금밖에 외울 수 없더라도

진리대로 실천하고

욕망과 분노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바른 지혜와 해탈을 얻고

이 세상과 저 세상에 매이지 않는 이는

진실한 수행자의 대열에 들 수 있다.....

 

매이지 않는 그 마음으로...삿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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