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샘터

메마른 삶에 한 주걱 맑은 물이 되기를
  •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백지 명함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오작교 22168

0

0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만나는 사람들에게 백지 명함을 내밀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거 잘 못 준 거 아닌가요?” 하며 물어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뜻밖에 아무 반응 없이 그 명함을 받아 넣었습니다. 조금 의아한 듯 ‘무슨 심오한 뜻이 있나?’, 아니면 ‘이 사람 또라이 아냐?’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내가 타인에게 아무런 판단도 받고 싶지 않은 것처럼, 타인 또한 내게 아무런 판단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이름 없이 살고 싶은, 아니 꼬리표 없이 살고 싶은 사람이 세상엔 참 많습니다.

   그러나 한편 세상에 스스로 판단을 받고 싶어 하는 이름들이 넘쳐납니다. 여기서 판단 받고 싶다는 말은 곡 ‘인정받고 싶다’는 말이지요. 판단 받고 싶어 애쓰는 이들의 명함엔 대부분 화려한 직함들로 빛나는 긴 꼬리표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새겨놓은 꼬리표는 결코 마음에 고요함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나 또한 그런 꼬리표를 누군가에게 붙이거나 남들이 내게 달아놓은 꼬리표에 익숙한 채 살아왔습니다.

   남아 있는 생애 동안 백지 수표를 받는 횡재를 바라지는 않지만 한번쯤 누군가가 내미는 백지 명함을 받고 싶은 날이 가끔 있습니다.

글출처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김재진 산문집, 시와시학사) 中에서……
공유스크랩
0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5
file
오작교 18.04.04.14:03 16237
224
file
오작교 18.04.04.13:56 22249
223
file
오작교 18.04.03.08:33 22179
222
file
오작교 18.04.02.08:15 19071
221
file
오작교 18.03.20.14:56 14999
220
file
오작교 18.03.18.21:41 14709
219
file
오작교 18.03.06.22:10 14523
218
file
오작교 18.03.05.07:43 14199
217
file
오작교 18.03.03.22:30 18641
216
normal
오작교 17.09.16.14:47 21355
215
normal
오작교 17.06.13.11:19 14383
214
normal
오작교 17.06.10.17:02 15337
213
normal
오작교 17.05.26.21:11 21133
212
file
오작교 17.05.16.12:56 15320
211
normal
오작교 17.05.12.21:00 17743
210
normal
오작교 17.05.11.17:50 17150
209
normal
오작교 17.04.30.21:55 16455
208
normal
오작교 17.04.25.20:41 21348
207
normal
오작교 17.04.13.20:39 14446
206
file
오작교 17.03.14.09:12 20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