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아는 것, 아버지의 삶을, 어머니의 살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을 대 우리는 진정한 어른이 된다.
그는 자신이 어른이 되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여자친구의 대학 졸업식 날, 그녀를 축하하기 위해 갔다가 그는 어머니를 보았다. 졸업식장에 온 하객들에게 꽃을 팔려고 대학 교문 앞에 서 계신 어머니를. 그 순간 그는 돌아서고 말았다.
알 수 없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마음속에서 폭발할 듯 밀려왔다.
처음에 그것이 가난한 집과 부모님을 향한 것이었지만, 나중에서야 그는 감당할 수 없는 분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았다. 어머니를 발견하고 부끄러워했던 자신, 교문 앞에서 돌아선 자신에게 그 화살이 향해 있다는 걸 알았다. 시인이 꿈이었던 어머니가 졸업식장 앞에서 꽃을 파는 것이 왜 부끄러운 일어어야 했을까.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던 그는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는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했다.
그다음 날, 그는 어머니와 함게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이 치러지는 어느 학교 앞으로 갔다. 그리고 마음껏 외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다발 사세요! 축복의 꽃다발 사세요!"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른이 아니면 사랑을 유지해 나갈 수가 없다.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님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된다.
어머니의 매운 인내와 안쓰러운 허영을, 아버지의 허술한 야망과 안타까운 현실을, 약점 많고 슬픔 많은 관계를 껴안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어른이 된다.
글 출처 : 살미 내게 무엇을 붇더라도(김미라, 쌤엔 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