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은 다른 차원의 장점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단점은 다른 차원의 장점이다. 200만 화소 카메라의 거친 입자가 1800만 화소를 자랑하는 카메라의 정밀함보다 사랑받을 때가 있는 것 처럼.
엄마는 절대로 사진을 찍지 않는다. 오늘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장 젊은 날이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엄마는 절대로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런데 눈 오는 풍경 앞에서 할머니의 효도 폰으로 사진을 찍자고 하니 의외로 선뜻 응하신다. '나의 들면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게 200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와 햇살'이라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엄마가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여자'로 사신다는 걸 깜박 잊고 있었다.
할머니의 낡은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확대해보니 거친 입자가 의외로 매력이 있다. 거친 입자로 표현된 사진 속의 엄마 모습은 이상히게 뭉클하다. 박수근 화백의 그림 속 여인같고, 점묘파의 그림인 것도 같아서 애틋하고 매혹적이다. 낡은 휴대폰의 200만 화소 카메라가 단점이 아니라 매혹이 딜 수도 있다니!
단점이라고 생각해서 감추거나 버린 것들, 그것이 어쩌면 내 생의 보석들은 아니었을까? 단점은 다른 차원의 장점이다. 제대로 대접받지 봇하고 사라진 200만 화소 카메라의 거친 입자가 1800만 화소를 자랑하는 카메라의 선명함보다 사랑받을 때가 있는 것처럼.
글출처: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마음 사전, 쌤엔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