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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작하던 날

징호걸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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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작하던 날
글/장 호걸


고향이 있다는 것은
한번쯤 되돌아가고픈 그리움
콧물을 소매 끝으로 쓱 닦아내던
내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어머니. 아버지, 동생
모두가 한집에 살았다.

이른 새벽
할아버님의 엄한 말씀은
들녘에 널어 놓은 콩 타작을 빨리하고
배추와 무를 심자고 하시며
마루 밑에 간직해온 도리깨를
찾아 놓으라 하신다.

삼촌은 경운기 시동을 걸어 놓고
묵고 올바를 찾으면
어느새 아버지는 대문이랑 구멍마다
비닐과 멍석 같은 것으로 타작을 하면
들어가지 않게
꼭 막아 놓으신다.

경운기에다 실어온 콩을 펼쳐 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알 콩들이 올망졸망 쏟아진다.
잘 여문 놈은 제일 먼저 껍질을 벗고
삐져나와 도리깨를 멈추고,
할아버님의 말씀, 살살하거라

밭고랑 사이 심어놓은 콩
너를 여물게 한 건 햇살만이 아니다
우리 식구들의 손길이란 걸

주마등 같은 그 시절
사과밭에서, 고모님의 첫사랑
지금 그분이 고모부가 되셨다.
사과밭에 올라 가봐라, 까치가 너무 많으니
눈에 들어오는 물체, 뛰어 가보니 고모였다.
고모 여기서 뭐해?
사과보다 더 빨간 얼굴, 그땐 고모가
그리도 예쁘셨는데

가을이 오면 이 풍요가 서로 나누는 사랑
인지도 모른다며
새들이 풍요를 헤쳐도
아버님은 가져가도 된다는 허 이만
외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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