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사랑
          詩. 이준호


술도 사랑도
마시면 취합니다.
때로는
이성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은 마셔버린 양과
남겨진 양을 알 수 있지만

사랑은 얼마를 마시었고
얼마가 남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더 어렵습니다.

술도 사랑도
빠지면
헤어날 수 없습니다.

가끔은
그 안에서
목숨을 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깨어날 수 있지만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그 골이 깊어집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더 독합니다.

술도 사랑도
혼자서는 외롭습니다.
때로는 그 외로움에
가슴까지 시립니다.

그러나
술은 혼자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만

사랑은 그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더 힘듭니다.

술도 사랑도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가끔은
너무 잦아서
귀찮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술은 떠올리고 마시는데
가슴이 아프진 않지만

사랑은 떠올리고 마시는데
마음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오래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