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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살댁 일기

순심이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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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살댁 일기 - 유종화

         

        오산리에서 시집와
        오살댁이라 불리는
        민수네 엄니가 오늘은 입 다물었다.
        서울서 은행다니는
        아들자랑에 해 가는 줄 모르고
        콩밭매며 한 이야기 피사리할 때 또 하고
        어쩌다 일 없는 날에도
        또 그 자랑하고 싶어 옆집 뒷집 기웃거리던
        오살댁 오늘은 웃지 않는다.

        아들네 집에 살러간다고
        벙그러진 입만 동동 떠가더니
        한달만에 밤차 타고 살며시 내려와
        정지에 솥단지 다시 걸고 거미줄 걷어내고
        마당에 눈치없이 자란 잡초들 뽑아내는데
        오늘따라 해는 오사게 길고
        오살댁
        오늘은 입 다물었다.


        오살댁 일기 2

        뒤울안 흙담 밑에 봉숭화꽃
        오지게 피었습니다.
        오살댁
        꽃잎 하나 지면 서울쪽 한번 쳐다보고
        꽃잎 하나 떨어지면 막내딸 떠올리다가
        끝물 몇 잎 따서 마른 손에 동여매고
        오살양반 헛기침하며 돌아앉아도
        오살댁
        뒷짐지고 마실나갑니다.
        정갈한 햇살 장꽝에서 뒹구는 날
        고샅길 휘이 돌아 정읍아재 만나면
        봉숭아빛 얼굴로 인사도 하면서


        오살댁 일기 3

        닷새 동안 품앗이하다 몸살져 누운
        오살댁
        공판장에서 허리 다쳐 들어온
        오살양반에게 아랫목 내주고
        몸빼 줏어 입으며 일어납니다
        보일러 놓을 돈 보내준 것으로
        올 한 해 효도를 끝냈던 터라
        어김없이 전화통은 울리지 않고
        민수 서울 가던 날
        오살댁 인자 고생 다 혔구만
        오살양반은 고생 끝났당께
        동네 사람들 부러워서 던지던 말
        귓가에서 쟁쟁거립니다
        오살댁
        서울쪽 한번 흘끔 쳐다보더니
        오살양반 들릴락말락하게
        한마디합니다


        …… 오살헐 놈



         

        오살년 퍼옴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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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인 2007.10.07. 13:38


순심이님...
오살댁 일기가 그냥 웃어 넘기고
남의 일로 넘어갈일이 아니란걸 알지요...
돈으로 다 되는것 처럼 하는
자식이 많다는거...
추운겨울날에 얼어죽었다던 뉴스도
자식들에게 폐되기 싫어 길거리에서
발견되어도 절대 전화번호 모른다던 노인도...
바로 우리 부모이고 우리 가족인걸...

어쩌다 어쩌다
이런 뉴스도 읽어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순심이님....
늘 감사해요~~
좋은글,,재치넘치는 글에 웃기도 울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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