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오살댁 일기

순심이 409

1
 

              

 

 

 

                      



         

        오살댁 일기 - 유종화

         

        오산리에서 시집와
        오살댁이라 불리는
        민수네 엄니가 오늘은 입 다물었다.
        서울서 은행다니는
        아들자랑에 해 가는 줄 모르고
        콩밭매며 한 이야기 피사리할 때 또 하고
        어쩌다 일 없는 날에도
        또 그 자랑하고 싶어 옆집 뒷집 기웃거리던
        오살댁 오늘은 웃지 않는다.

        아들네 집에 살러간다고
        벙그러진 입만 동동 떠가더니
        한달만에 밤차 타고 살며시 내려와
        정지에 솥단지 다시 걸고 거미줄 걷어내고
        마당에 눈치없이 자란 잡초들 뽑아내는데
        오늘따라 해는 오사게 길고
        오살댁
        오늘은 입 다물었다.


        오살댁 일기 2

        뒤울안 흙담 밑에 봉숭화꽃
        오지게 피었습니다.
        오살댁
        꽃잎 하나 지면 서울쪽 한번 쳐다보고
        꽃잎 하나 떨어지면 막내딸 떠올리다가
        끝물 몇 잎 따서 마른 손에 동여매고
        오살양반 헛기침하며 돌아앉아도
        오살댁
        뒷짐지고 마실나갑니다.
        정갈한 햇살 장꽝에서 뒹구는 날
        고샅길 휘이 돌아 정읍아재 만나면
        봉숭아빛 얼굴로 인사도 하면서


        오살댁 일기 3

        닷새 동안 품앗이하다 몸살져 누운
        오살댁
        공판장에서 허리 다쳐 들어온
        오살양반에게 아랫목 내주고
        몸빼 줏어 입으며 일어납니다
        보일러 놓을 돈 보내준 것으로
        올 한 해 효도를 끝냈던 터라
        어김없이 전화통은 울리지 않고
        민수 서울 가던 날
        오살댁 인자 고생 다 혔구만
        오살양반은 고생 끝났당께
        동네 사람들 부러워서 던지던 말
        귓가에서 쟁쟁거립니다
        오살댁
        서울쪽 한번 흘끔 쳐다보더니
        오살양반 들릴락말락하게
        한마디합니다


        …… 오살헐 놈



         

        오살년 퍼옴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공유
1
제인 2007.10.07. 13:38


순심이님...
오살댁 일기가 그냥 웃어 넘기고
남의 일로 넘어갈일이 아니란걸 알지요...
돈으로 다 되는것 처럼 하는
자식이 많다는거...
추운겨울날에 얼어죽었다던 뉴스도
자식들에게 폐되기 싫어 길거리에서
발견되어도 절대 전화번호 모른다던 노인도...
바로 우리 부모이고 우리 가족인걸...

어쩌다 어쩌다
이런 뉴스도 읽어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순심이님....
늘 감사해요~~
좋은글,,재치넘치는 글에 웃기도 울기도 하지요...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이 게시판 에디터 사용설명서 오작교 12.06.19.11:12 50754
공지 카페 등에서 퍼온글의 이미지 등을 끊김이 없이 올리는 방법 2 오작교 10.07.18.20:19 69011
공지 이 공간은 손님의 공간입니다. WebMaster 10.03.22.23:17 75899
4639
normal
물레방아 07.10.08.15:12 473
4638
normal
雲谷 07.10.07.23:38 438
4637
normal
강바람 07.10.07.13:10 439
4636
normal
고암 07.10.07.12:30 438
normal
순심이 07.10.07.09:03 409
4634
normal
코^ 주부 07.10.06.19:22 471
4633
normal
somin 07.10.06.14:09 394
4632
normal
자 야 07.10.06.12:35 380
4631
normal
늘푸른 07.10.05.22:10 414
4630
normal
고등어 07.10.05.19:04 466
4629
normal
雲谷 07.10.04.18:07 472
4628
normal
다*솔- 07.10.03.18:47 443
4627
normal
雲谷 07.10.01.12:28 415
4626
normal
시루봉 07.09.30.19:41 402
4625
normal
고등어 07.09.29.12:20 465
4624
normal
雲谷 07.09.29.00:04 435
4623
normal
세븐 07.09.28.18:50 441
4622
normal
나그네 07.09.28.18:39 402
4621
normal
고암 07.09.28.14:25 355
4620
normal
하늘생각 07.09.28.11:53 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