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닦기 - 먹을 갈면서
        묵은 군용담요를 폭신하게 깐 위에 며칠 지난 신문 넓게 펴, 벼루 놓고서 먹을 간다.  휴일 아침 나절, 창밖을 보며 먹 끝이 반듯하게 닳아야 한다던 어릴적 어떤 가르침, 지금도 줄기차게 누질러 오는 강박감 '마음 바로 먹기 마음 바로 하기 잡생각 안하기 ......' 놀이터, 혼자 그네 타는 하늘색 셔츠의 작은 아이 니는 흔들리며 도 닦고, 나는 갈면서 도를 닦는다 무더기 무더기 철쭉 버는 햇살, 눈부신데 밀어 주는 뉘 없는 그네는 쉬이 멈추어 아이는 미끄럼럼틀로 올라간다, 시지프스의 신화가 재현 될 것이다. 아이는 시지프스를 모르겠지만 ... 저려 오는 손목. 구속 될거라는 기사 아래의 어떤 사나이와 일본의 술수에 말렸다는 독도의 사진에 가로 획을 그어 본다. 회색빛, 그 무채색의 무표정 함 아직 멀었나 봐 ... ... 우리나라도, 이 먹물도 아직 멀었나 봐 바람에 묵향 날리우지만 새소리 하나 없는 아파트 놀이터 아이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무의미한 반복은 무의미 하단 것을 깨우친게지, 걔도 ... 몇 번의 황칠에, 이제 그 사나이도 독도도 알아 볼 수 없다, 아니 처음부터 아예 거기에 없었던 것 햇빛에 반짝이는 반듯한 먹끝 무심하게 무심하게 봄이 넘쳐나는 세상 '커피 마셔요' ...... 갑자기 자네가 어여삐 보이는 것은 잠시, 도를 닦아서이냐 ! 허허허허            2006/04/29 古友
    모란동백 / 조영남 ※ 음원은 달마님이 올리신 것에서 펐습니다.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