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 ~ 가는 눈발 내리는 밤, (11시 쯤) 인터넷 바둑방에서 구경을 한다.
무언가 군것질 거리가 생각나기도 하는 시간인데,
바둑방의 구경꾼들도 다 같은 심정들인지 대화창의 이야기가 밤참 얘기로 바뀐다.
"전 지금, 돼지껍질 하고 소주 먹으면서 구경 해여. 이런 밤에는 기름탱이 고기하고 소주가 최고지여 ~~~ " - 어느 구경꾼의 말 , ... !!!
심봉사 눈 뜨듯, 눈이 번쩍 한다.
' 맞어, 이럴 때의 소주 한 잔 이라면, 무슨 보약 보다도 낫지롱...'
그런데, 아무리 어림을 해봐도 집에는 소주도, 안주거리도 있을 턱이 없다.
(워낙에, 혼자서는 술을 잘 안하므로 집에 술이 있는 경우가 별로다)

 바둑방에서의 '소주'  이야기에 가뜩이나 속이 더 출출해져서 심드렁한 기분으로
단감 깎아 놓은 것 한 입 베어 물면서, 거실에서 붓글씨 연습 하고 있는 식구의 의중을 슬몃 떠본다.
닭튀김이라도 시켜 줄래나 싶은 맘에 ......
" 봐라, 봐라, 바둑방에 , 지금 고기랑 소주 먹으면서 바둑 구경 한다는 사람 있던데, 무지 붋다.
  그 사람은 환경이 참 좋은갑다, 그쟈. 사람답게 사는 것 같네. 그 사람 부인은 천사표 맞겠재 ...... ?"

아고 ~ 되받아쳐 오는 대답이라니, 고개도 안돌린채 무게 파악 실어서 점잖게, 그러나 억수로 얄밉게시리,


 "그런 사람은 홀애비 던지,  결혼 못하고 비실대는 사람이지, 뭐.
  부인 있는 사람이 어디, 이 밤에 그런 걸 먹는다 카드노 ......"
 
 


 거 참, 그렇게도 해석이 되는건가 ...
 이렇듯, '한가지의 경우'를 두고서 이리도 해석이 다르단 말이냐,
그래도, 우린 소위 일심동체인 부부 아니냐 말이다......

얄밉고,
고맙고,
맘에 들다가 안들다가 ...

말대꾸 해봐야, 본전 찾기는 애초에 글렀고 - 얘기 길어지면 딸내미 까지도 저그 엄마 지원사격 나올 것이다.
고이 고이 잠이나 자는 것이 백 번 잘하는 짓이다.
가끔씩, 이런 통렬무비한 대답에 내가 한 두번 당하나, 그쟈 !

거참, 얄밉고고맙고얄밉고고맙고 ...... - 지난 겨울, 어느 밤에  

※ 달마님 올리신 ; Connie Francis의 "Never on Sunday" - 무지 좋은 노래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