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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불공

오작교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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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아름다운 마무리
   첫눈이 내리고 나서부터 개울가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그동안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의연히 서 있다. 말 그대로 낙목한천(落木寒天)의 계절.

   오늘은 마음을 내어 대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것들을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우고, 더러는 미련 없이 버렸다. 버리지 않으면 그 더미에 사람이 매몰된다. 난로에 쌓인 재를 쳐내고, 추녀 밑에 장작을 날라다 놓았다. 불단의 향로에 쌓인 향 끌텅도 채로 걸러 내고 집 안으로 끌어들였던 물줄기도 얼어붙기 전에 미리 끊었다.

   그리고 머리 무겁고 귀찮은 철 지난 옷가지들을 치우고 겨울철에 걸칠 옷들을 꺼내 놓았다. 중노릇 중에서 가장 귀찮고 머리 무거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지체 없이 철 따라 옷가지를 챙기는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누더기 한 벌로만 한평생을 지냈다는 옛 수행자의 그런 저력이 부럽고 부럽다.

   청소를 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청소의 경우만은 육조 혜능이 읊은 계송보다는 신수의 계송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 끼지 않게 하라
   그는 우리 마음을 밝은 거울에 비유한다. 구석구석 쓸고 닦아 내는 동안 바깥에 쌓인 티끌과 먼지만 닦이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도 맑고 투명하게 닦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이웃들에게 ‘청소불공’을 권장한 바 있다. 쓸고 닦는 그 정갈하고 무심한 마음으로 불전에 공양 올리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오늘 아침나절 오두막에서 한바탕 겨울 채비 청소 불공을 하고 나니 내 마음도 개운하고 개운하다. 거치적거린 것들을 훨훨 털어 버린 나무들처럼 홀가분하다. 역시 마음은 밝은 거울 같다는 교훈에 실감이 간다.

산중에서 홀로 사는 우리 같은 부류들은 뭣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함께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게으름이란 무엇인가. 단박에 해치울 일도 자꾸만 이다음으로 미루는 타성이다. 그때 그곳에서 그렇게 사는 것이 그날의 삶이다. 그와 같은 하루하루의 삶이 그를 만들어 간다. 이미 이루어진 것은 엇다 스스로 만들어 갈 뿐이다.

   이런 때 마시는 한 잔의 차는 단연 ‘단이슬’에 견줄 만하다. 불전에 차공양 올리고 나서 나도 그 아래서 마신다. 내친김에 다기도 겨울 것으로 바꾸었다. 겨울철에 쓰는 다기는 손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것이 살뜰하다. 차갑게 느껴지는 백자보다는 주황색이나 갈색 계통의 다기가 한결 푸근하다.

   이웃나라에서는 차 품평을 늦가을에 한다는 말을 들었다. 봄철에 갓 만들어 낸 햇차는 그 빛과 향기와 맛이 기교적 신선하다. 그러나 고온다습한 장마철을 거쳐 늦가을에 이르면 그 차의 우열이 저절로 드러난다.

   철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좋은 차를 대하면, 한 잎 한 잎 정성을 다해 선별해서 만든 그 사람에게 저절로 고마운 생각이 든다. 만든 사람의 그 인품이 차 향기에 배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차 맛을 두고 생각할 때 사람의 일도 또한 이와 같을 것 같다. 어떤 상황 아래서도 변덕을 부리지 않고 그가 지닌 인품과 인간미를 한결같이 이웃과 나눌 수 있다면 그는 만인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이웃이다. 이런 친구를 가까이 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글출처 : 아름다운 마무리(법정스님 : 문학의 숲) 中에서.....

 

  
2010.05.13 (15:30:59)
CCamu
 
 
 

텅 빈 하늘이 허허롭게 웃고 앉았습니다.

 
(99.255.163.226)
  
2010.05.13 (16:54:06)
[레벨:29]id: 오작교
 
 
 

CCamu님.

요즈음 올려지는 글마다 징검다리를 놓아주시니

그 다리를 밟으면서 강을 쉽게 건널 수 있습니다.

 

'한결같이'나 '처음처럼'은 쉽지만 너무 어려운 단어입니다.

늘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만은 매일매일 '작심일일'하겠습니다.

 
(210.204.44.5)
  
2012.03.19 (14:24:35)
[레벨:9]id: 귀비
 
 
 

게으름에 빠지지 말라

육체의 즐거움을 가까이하지 말라

게으로지 않고 생각이 깊은 사람만

큰 즐거움을 얻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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