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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오작교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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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해 우리 모두 어머니의 위대성에 대해서 거듭 생각해 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그 누가 되었건 한 생명의 탄생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머니의 희생이 전제됩니다. 모든 생명은 어머니를 거쳐서 이 세상에 나옵니다. 그러니 우리 생명의 근원은 어머니입니다.

   노소를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해서 한 상 그득 차려놓고 가족이나 친지들로 부터 "생일 축하합니다..."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을 때 저는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야, 니가 뭐 잘났다고 생일 축하냐.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하려거든, 너를 낳아 길러 주신 어머니의 은혜를 기려라. 어머니가 아니면 네가 어디서 나와 오늘을 살겠느냐.'

   벌써 오래 전에 제가 경험한 일인데요,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아하 내 생명의 뿌리가 꺾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우리 생명의 뿌리입니다. 그 뿌리가 꺾이었구나 싶으니 제가 갑자기 고아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창조력을 지닌 이는 곧 어머니입니다. 생명을 가진 사람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우주의 생명력을 사랑으로 빚어 탄생시킵니다. 이런 창조의 능력을 지닌 어머니이므로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도 어머니들의 차지가 되어야 합니다. 날로 살벌해가는 세태를 보면서 어머니들의 영향력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가정의 중심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어머니이지요.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면 집에 훈기가 없습니다. 집은 아버지가 가꾸지만 집안은 어머니가 다스립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날마다 끔찍한 사건과 사고로 깜짝깜짝 놀라면서,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물건인지 그 존재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미친 녀석들이 같은 사람을 무작위로 마구 살상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들은 모두 그 부모로부터 태어난 자식들입니다.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어 정상적인 정서와 인성을 갖추지 못한 데에 그 병인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문제아의 대부분은 부모의 살뜰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입니다.

   낳기만 한다면야 누군들 못하겠습니까. 제대로 기르고 가르쳐야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얼굴에 주름살이지고 근심 걱정이 그 칠 날 없겠지요. 어머니는 당초부터 어머니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됩니다. 한 사람의 어진 어머니는 백 사람의 교사에 견줄 만하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 밑에서 뛰어난 성인도 나오고 흉악한 도둑도 나옵니다. 그러니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분들도 그 원천을 따져 보면 어머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유 있는 집에서는 자식들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이 문제이고, 없는 집에서는 너무 무관심한 것이 걱정입니다. 있는 집이나 없는 집이나 자식들에게 '넉넉한 자(尺)'를 마련해 주는 일이 뭣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자가 작거나 옹색하면 활짝 열린 세상을 그 자로 재거나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몫몫의 그릇이 있기 때문에 넉넉한 자만 지니게 된다면 그 그릇을 채우면서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식들과의 관계를 돈으로 해결하려 하면 언젠가는 그 돈 때문에 갈등을 빚게 될 것입니다.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절과 덕성을 길러 주고, 작은 일에서부터 책임감을 심어 주는 일이 긴요합니다. 아이들을 백화점 같은 데만 데리고 가지 말고, 작은 풀꽃의 아름다움에 눈길이 가도록, 그래서 자연의 신비에 마음이 열리도록 이끄는 것도 어머니들의 할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얻는 것을 좋아하고 잃는 것을 싫어하지만, 얻어서 해가 되는 일도 있고 잃어서 득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당장의 얻고 잃음에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때로는 잃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어떤 상황 아래서건 한 인간으로서, 대지의 어머니로서 자신의 영혼과 함께 성숙해지는 일입니다.

   인도에서는 50세의 나이를 '바나프라스타(Vanaprastha)' 라고 부른답니다. 이 말은 '산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라는 뜻입니다. 나이 쉰이 되면 자식들은 대충 학업을 마치고 스스로 자립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제는 자기 자신의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해서겠지요. 그 누구도 나에게 빛을 줄 수는 없습니다. 빛은 본래부터 내 안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내가 그 빛을 찾아내어 비추기만 하면 됩니다.

   귀를 기울여 들으십시오. 항상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는 '눈'이 있습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아득한 세월을 두고 밤이나 낮이나 나를 샅샅이 지켜보는 눈이 있습니다. 그가 누구입니까?

   말의 틀에 갇히지 말고, 그가 누구인지 곰곰이 살펴보십시오. 나를 지켜보는 그와 떨어져 있지 말고 그와 하나가 되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삶이 늘 새로워질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께서 두루 복 받으십시오. 어머니들, 감사합니다.
 
95. 5. 7
글출처 :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법정스님, 샘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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