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나쁜 연인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최고의 연인은 시력이 나쁜 연인이다. 흐릿해서 더 아름답고 잘 안 보여서 흥미를 잃지 않을 정도의 시력, 사랑하는 사람의 시력은 그래야 한다.
한 남자가 결혼을 하고도 아내가 어여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모두들 아내가 어디가 그렇게 예쁘냐고 묻는다. 남자는 대답한다.
"눈이 나빠서 세상이 좀 흐릿하게 보이는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일 때보다 훨씬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아내도 그렇다."
그렇다. 최고의 연인은 시력이 나쁜 연인이다. 뾰루지 같은 건 알아보지도 못하고, 귤 껍질 같은 피부도 도자기 피부로 봐주는 눈 나쁜 연인. 맘먹고 화장을 해도 못 알아보는 건 서운하지만, 화장도 못하고 뛰쳐나갔을 때에도 화장한 얼굴 보듯 하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작은 실수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큰 실수도 잘못 봤으려니 넘기고, 허술한 마음 같은 건 알아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눈 나쁜 연인. 잘 안 보이는 것들은 모두 다 조은 것이려니 여기는 시력 나쁜 연인, 그런 사람이 최고의 연인이다.
사랑은 매 순간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공유하는 것. 그러니 눈 나쁜 연인처럼 조금 무심하고, 덤덤하고, 너그러울 것. 시시콜콜 자세히 보느라 사랑마저 지겨워지지 않도록.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