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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이 전부가 되지 않도록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오작교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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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편이 재미있어서 영화를 보러 갔다. 예고편이 훨씬 나았다.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가 있듯이 예고편이 전부인 만남, 예고편이 전부인 일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을 무척 철학적이셨다. 어느 더운 날, 절반은 졸고, 나머지 절반도 멍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지금 너희들이 생각하는 삶이라든가 연애는 영화로 치자면 예고편이다. 예고편은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가장 멋진 부분만 가져다 만들어놓기 때문에 환상을 품게 되지. 그런데 가끔은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가 있지 재미만 추구하는 그대들 인생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겠지.”
졸고 있던 친구들도 불현듯 정신을 차리던 그날의 교실이 떠오른다.


  선생님 말씀은 예언자의 그것처럼 정확했다. 교실에 갇혀 그려보는 미래는 영화의 예고편처럼 환상적이었지만 막상 맞닥뜨린 삶은 결코 예고편처럼 멋지지도, 화려하지도, 예상한 대로 전개되지도 않았다.


  예고편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엔 그런 일이 많다.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처럼 첫인상에서 한 걸음도 더 진전되지 않는 만남도 있고, 예고편이 너무 과장된 것이었다고 느껴지는 일도 있다.


  원래 본문은 지루한 법이다. 목차가 훨씬 산뜻하며 광고 카피가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법. 그러나 본문 없는 예고편은 없다. 그러니 예고편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 예고편은 보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지만 진짜 영화는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보다 진지한 정성을 다해 펼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고편보다 더 멋진 영화, 다소 지루하지만 오래 묵은 감동을 주는 영화도 많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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