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했던 것들이 / 나를 격려하는 하루
50대에 접어든 한 선배님 이야깁니다.
그는 한국전쟁 직후에 태어나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고, 과외나 학원 공부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시대에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면서 대학을 마치고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한가롭게 시를 읊고 음악을 감상할 시간도 사치스럽게 여겼습니다. 학창 시절에 시를 써서 당선된 적도 있지만, 시를 쓰는 일은 남자가 할 일이 아니라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 가족들을 보살피는 것만이 의미 있는 일이고 남자다운 일이라고 여겨졌다 합니다. 시를 쓰고 음악을 듣는 일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 그런 것에 시간을 할애하기에는 인생에서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었습니다.
어렵게 IMF와 정리 해고의 태풍도 피하면서 살아온 그는 요즘 들어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고 합니다. 이제야 돌아보니 삶에 남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합니다. 이른바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모든 것을 애써 무시하면 살아온 그는, 어느날 문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 내 삶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허무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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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문풍자룰 붙여도 바람이 새어드는 창처럼, 갚아야할 것들로 가득한 마이너스 통장처럼, 금이 간 바가지에 담아놓은 물처럼, 순식간에 날아가버린 컴퓨터 속의 문서처럼 삶이 허전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순간에 문득 깨닫게 됩니다. 무시하며 지나쳐온 것들,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지나쳐온 것들이 어느 순간 우리의 발을 걸어 휘청이게 한다는 사실을.
나누는 것의 소중함, 내 안에 평화를 가꾸는 것의 소중함,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의 소중함, 나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것의 소중함, 이러한 것들을 오래 잊고 살아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세월, 무시하며 살아온 것들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한꺼번에 청구서를 내밀 때가 있음을 실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끔 뒤돌아보아야 합니다. 외면하며 지나쳐온 이정표가 너무 많지는 않은지, 돌보지 않고 스쳐온 이름표가 너무 많지는 않은지, 무시하며 지나쳐온 삶의 가이역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글 출처: 나를 격려하는 하루(김미라, 나무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