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산 ◈ - 김영천


  
◈ 유산 ◈ - 김영천



검은 점이나 티가 하나씩


늘어나고


점점 탄력을 잃어가는 피부를


들여다 본다




이 헐거워진 껍질을 잘 벗기어

음건시키면


질긴 구두 두어 컬레 쯤 만들


수 있지 안을까 궁리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남길 유산이나


그에 상당할 유언 대신


험난한 이승을 견디어 온


그 탄탄한 신발을 남겨




보폭이야 아비보다


몇 배나 크게 걷더라도,


아비의 족적 쯤이야


무시하더라도,


험한 길의 돌 자갈들이나


아무렇게나 빠져 나온


나무 뿌리에


그 연약한


발걸음을 보호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다




헛된 욕망이나 슬픔, 고집


따위가 대부분이었을


그 묵은 일생을 용케도


잘 견디어 온질긴 몸피,




이제 나는 나를


명태나 조기


새끼들을 말리듯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내어다가


삼가 잘 건사하려는


것이다




-목포시문학 제18집. 2004-




**김영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