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촌집
                                글 / 윤 정 덕

        돌개 바람이
        강아지처럼 뒹굴고 지나갔다
        소낙비가 장독대
        옹기 속을 곁눈질 하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마당을
        떠나지 못했던 아버지는
        초가 지붕 위의 질갱이로 피어

        새벽보다 먼저 일어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어머님의
        손때가 묻은 가마솥은
        어느 집 쟁기가 되었을까

        햇빛은 한나절 내내
        장독대를 서성이며
        장맛에 취해 날이 저물어야 떠나 갔다

        촌집 안 마당에
        호롱불 빛 어둠이 내리면

        사랑채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는
        커렁커렁 절뚝이며 어디를 가는지
        새벽이면 숨이차서 돌아오고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내 동기들과 모여 앉아

        달빛과 별빛과 함께
        쑥덕거리든 촌집 마당의 평상에는
        자잘한 청버섯이 피어났다

        떠나지 않고
        평생을 살고 싶던 집을
        앙다물고, 한 아이 씩
        떠나가던 마당이 있던 촌집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슬픔은

        홀로 사는
        어머님의 애닮은 육신과
        마당이 있는 촌집이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