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입김입니까 / 차영섭

          봄비가 오면 풀숲에서 합창을 하는
          저 개구리는 어느 나라에서 온 오케스트라일까.

          3년 5년 땅 속 깊이 잠든 매미의 성충은
          누가 기상 나팔을 불어서 깨어나는 것일까.

          똑같은 줄기의 파란 피에서 색색이 피는
          꽃잎은 누구의 손끝일까.

          구름은 왜 빗방울로 떨어지지 않고
          나그네처럼 떠도는 것일까.

          흙을 파서 무더기로 쌓아두면
          누가 심길래 잡풀이 솟아나는 것일까.

          가만히 있던 나뭇잎을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저 바람은 누구의 입김일까.

          가을이 오고 겨울이 되서야 뒤늦게 돋아나는
          연한 풀잎은 누가 보내서 온 손님일까.

          봄 딸기로부터 가을 감까지 철철이 과일은
          누가 아름다운 배분을 한 것일까.

          철새들은 독도법을 어디서 배웠길래
          그 먼 거리를 착오 없이 되찾아 오는 것일까.

          당신이 만약 내 질문에 안다고 대답한다면
          그 순간 당신은 모르는 것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그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