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 오광수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짧은 해 아쉬움으로 서쪽 하늘이 피 토하는 늦음보다
    밤새워 떨고도 웃고선 들국화에게 덜 미안한 아침에 오오.

    뒷주머니 손을 넣어 작년에 구겨 넣은 넉살일랑 다시 펴지 말고
    몇 년째 우려먹은 색바랜 약속 뭉치는 그냥 그 자리에 두고
    그저 빈 마음 하나 간절함 가지고 그리 오오.

    이젠 진실을 볼 수 있는 헤아림도 있을 텐데
    이젠 영혼을 이야기할 경험도 가졌으려니
    오시면 소망하나 위하여 마당 앞에 불 환히 같이 피워봅시다.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달력 끝에서 숨 바쁘게 팔랑 이는 바람이 등 돌릴 때 말고
    늦가을 햇살에 느긋하니 감하나 익어가는 지금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