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날에
          詩.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한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 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打電)하는 것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