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다듬는 날에

글/이병주

아내는 파를 다듬으면
고향 생각이 난다고 나더러 다듬어 달라 하여

흙 묻은 뿌리
작은 칼로 싹둑 잘라놓고
누렇게 변해버린 세월의 더께
하나 둘 벗기면 가신님이 생각나는데

그런저런 사연들이 행여 남아있을까
잘라버린 흙 뿌리 뒤적이며
눈시울 적시고 지난날 끄집어내면

다듬어진 하얀 파 무더기는
온갖 양념으로 지난날과 범벅되어
매콤, 달콤한 추억여행으로 나를 유혹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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