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앞에서

글/ 바위와 구름


노을이 검 붉게
해그름의 하늘을 물들이고
갈길 재촉하는 기러기 울음 소리에
가을인가 싶구나


어느 여인의 맺힌 한이
저리도 붉게 내 뱉어졌을까 ?


어둠이 깔려가는 풀섶엔
귀뜨라미는 또
저렇게 목쉬도록 우는걸까 ?


가을은
정녕 왔는데


선들한 밤 바람에
옷깃을 여며 봐도
살포시 파고드는 갈 바람에
내 마음 멀리 길떠난 나그네 되어


외롭게
그렇게
노을 앞에서
귀뜨라미의 울음소리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