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모음/윤보영


● 커 피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군요
아 -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 선물

“사랑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 말을 곱게 포장 했습니다
꿈속에서 만나면
그대에게 주기 위해.


● 사랑이니까

무엇이든지 나누면
작아지는 게 이치지만
그대 그리움은
왜 자꾸 많아집니까?
아니 왜 더 깊어집니까?


● 마음의 요술

사랑이란
눈감아도 보이고
눈을 떠도 보이는
마음이 부리는 요술.


● 좋아하는 꽃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내 가슴에 활짝 핀 ‘그대’라는 꽃입니다
지지 않고 늘 피어 있는.


● 호 수

그대 보내고 난 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덤덤하게 지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잔잔한 호수처럼 보였어도
호수에 담긴 물이
내 그리움인 줄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 그대 눈물

그대 눈물 한 방울은
내 가슴에
한 바가지 눈물이 되고
그대 눈물 한 줄기는
내 가슴에
한가득 냇물이 되어 흐릅니다


● 자전거 바퀴

앞으로 가면 가는 만큼 따라오고
물러서면 물러선 만큼 뒷걸음질치고
자전거 앞바퀴와 뒷바퀴는
내 안에 머물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늘 나를 지켜주는 그대를 닮았군요.


● 옛길에서

낮에 왔다가
그대 걷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싶어
밤에 다시 왔습니다

바작바작
발자국을 딛고
내 가슴속에서 나오는 그대!
추억 속에 있었나 봅니다.

● 라일락 향기

라일락 향기를
늘 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대 곁에
라일락 한 그루를 심어두고
그대 생각 할 때마다
향기가 묻어오게 하는 것―.


● 노 을

나는 아직
내 가슴을 태우던
노을을 기억합니다
그대 마음에서 옮겨 붙어
타들어 가던.


● 그립다 보면

그대 생각 하다보면
꽃대에도 얼굴이 있고
나무 줄기에도 얼굴이 있고
그리워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얼굴로 보이나 봅니다.



● 슬픈 영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화는
그대를 만나다 깨는
꿈.


● 내 안에

항아리처럼 생긴 내 안에
산이 있고
들이 있고
바다가 있고.

이들을 다 담고도 남는
그대 그리움이 있고.


● 생각할수록…

책장의 많은 책도
읽지 않으면 소용이 없듯이
내 안의 그리움도
꺼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생각할수록 더 그리운 게
사랑이니까요.

● 입속에 담긴 말

내 입속의 말들은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말을 되뇌입니다.


● 마음의 홍수

비 오는 날에는
차 한 잔에도 홍수가 집니다
보고 싶은 마음에.


● 남겨둔 마음

그대 곁을 떠나도
마음은 남겨 두겠다했지요
한세월이 지나도
그대가 늘 그리운 걸 보면
그대 곁에 남겨 둔 내 마음은
변함없나 봅니다.


● 거울을 보다가 1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거울 속의 내가 너였으면 했겠니.


● 거울을 보다가 2

거울에게도 생각이 있다면
이해해 줄 텐데
너이고 싶도록 보고 싶은
내 마음을.


● 듣고 싶은 말

오랫동안
내가 그대를 기다리는 이유는
한순간만이라도
그대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입니다
“나도 사랑해”
이 소리면 더욱 좋겠지만.


● 오솔길

오솔길이 외로우면
나뭇잎이 달래고
바람이 달래고
새소리가 달래지만
내 외로움은
그대 생각만이 달랠 수 있습니다.

그대 때문에 외로워졌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