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류시화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속에 희끗희끗 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 온 세월에 대헤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난 말했지
어느날 불시에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을
나의 날들이 너무도 많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만을 세지
왜냐하면 그 순간이 정말로 나의 모든 삶이었으니까
누군가 나이를 불어보면
때려주고 싶습니다...
언젠부터인지 더부룩해져서
세고 싶지도 않으니깐요~~
잊어버리고
질질 흘려버린지 오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