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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피천득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간이역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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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를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失了愛情痛告 (득료애정통고실료애정통고)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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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글쓴이 2007.05.26. 12:41
수필가 피천득 선생님께서 25일 밤11시 40분경 별세 하셨습니다...
선생이 남기신 작품들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선생께서 금방 찬 물에 세수한 스물한살의 청신한 5월에 돌아가셔서
더 마음이 아프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프리마베라 2007.05.28. 11:45
학창시절부터 선생을 너무 좋아했어요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그분의 글을 대하면서 그냥 그분을 사랑해버렸거든요
간간히 들려오는 그분의 소식에 귀를 쫑긋하며
함께 한하늘아래 사는것만으로도 기쁨이었는데..
거문고위에 노는 아이처럼 천진스럽게 가셨다니
아픈마음은 뒤로하고 평안히 가셨기를 또한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프리마베라 2007.05.28. 11:47
근데....
초상집에 벌거벗은 여인이 너무 육감적이어서 ...꼴~깍...
부엉골 2007.05.28. 13:56
빈소가 차려진 문협에 다녀와야합니다
가시는 길 환하게 웃고가소서 시인님..
프리마베라 2007.05.28. 14:05
부엉골아저씨..
빈소에 가여?
아함...나도 델구 가시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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