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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금’이 아니라 ‘불목’이 대세라는 요즘, 오랜만에 친구들끼리 모여 불목을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30대 초반이 되니 친구들의 상황이 여러 가지로 갈려서 모이기도 쉽지 않았죠.

       먼 나라나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여전히 무언가를 준비 중이기만 한 친구도 있었고, 피곤함에 지쳐 직장과 집을 오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채 서른 초반을 넘기고 이제 중반을 향해가는 친구들 다섯 명이 모였습니다. 어렵게 모인 만큼 쌓인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릴 기세로 웃고 떠들고 마셨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몰라보게 살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하자, 요즘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친구는 자전거를 ‘푸마’로, 헬멧은 ‘윌슨’이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침이면 윌슨을 쓰고, 푸마에 앉아 “애들아, 가자!” 하고 외친다고요. 그 모습을 상상해보니 돈키호테가 떠오른다며 모두 웃었습니다.

       또 한 친구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고 했습니다. 치코와 리타라는 이름을 가진 두 고양이가 집을 어질러놓긴 하지만 그 재롱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죠.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는 요즘 프로젝터를 장만해서 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심드렁하게 들으며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한 친구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자신이 가입한 어느 카페 게시판에 ‘결혼과 점점 멀어지는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며 읽어주기 시작했죠. .
    서른이 넘은 사람들이 사물에 이름을 하나씩 붙이기 시작하면
    결혼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전자제품을 사들이고
    애완동물을 기르기 시작하면
    결혼은 완전히 물 건너간 거라고 봐도 좋다.

       마치 그들의 얘기를 옆에서 듣고 쓴 것처럼 방금 친구들과의 대화가 모두 담겨 있는 글이었습니다.

       자전거와 헬멧에 이름을 붙여주고, 고양이를 키우고, 프로젝터를 사들이는 서른 초반의 청춘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아마도 마음은 좀 썰렁해졌을지도 모릅니다.

    결혼과 멀어지면 어때?
    그것 역시 삶의 한 방식이자 선택인데.

       치코와 리타를 키우는 친구의 말에 모두 공감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아무도 결혼하지 않아서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은 좀 덜하다는 것이 위로라면 위로가 되는 저녁이었습니다.

    글출처 : 저녁에 당신에게(김미라, 책읽은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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