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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내고 있니?"
    그녀의 휴대폰에 따뜻한 안부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얼어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 서버렸습니다.
     
    헤어진 사람에게서 2년 만에 날아온 안부.
    "뭐해?" 하고 묻는 친근감도 아니고,
    보고 싶다는 애틋함도 아니고,
    헤어져 보낸 시간만큼의 머뭇거림과,
    저 몇 개의 글자를 쓰기 위해서 망설였을 마음이 헤아려지는 안부.
    어쩌면 단순히 궁금해서 무심코 보냈을 수도 있는 안부.
    그래서 그다음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말.
     
    그녀는 "잘 지내고 있니?"라는 여섯 글자와 하나의 부호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사랑이 지나가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되고,
    가장 머뭇거려야 하는 일이 됩니다.
    그저 얼굴만 아는 사람과는 수없이 나누는 안부를
    몇 년 동안 사랑했던 사람들은 나눌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죠.
     
    돌이켜보면 그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그와 함께 보낸 바로 그 시절이었습니다.
    그녀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아팠던 시간 역시도 그와 함게 보낸 시간, 그리고 헤어진 뒤의 날들이었요.
     
    잘 있지 말아요.
     
    이성복 시인의 시를 몇 번이고 외워보던 날들.
    막상 그가 힘들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마음이 아프고,
    그가 즐겁게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으면
    알 수 없이 허전하고 서글퍼져 또한 마음이 아팠던 날들.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기 위해,
    그의 안부를 묻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잘 지내고 있니?"
    2년 만에 날아온 이 짧은 문자 메시지에 할 수만 있다면 헤밍웨이의 문장을 빌려 이렇게 답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곧 나에게 일어나는 일.
    그러나 그녀는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어떤 대답을 보내야 할지 자기 마음을 자신도 알 수 없었습니다.
     
     
    글 출처 : 김미라(저녁에 당신에게, 책읽는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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