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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화에서 달을 그린다고 하면 붓으로 달의 모양을 확연하게 표현하겠지만, 동양화에서는 붓으로 직접 그리지 않는다. 달을 감싸고 있는 구름을 그림으로써 거기 달이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달이 있는 자리만 보여줄 뿐! 주변의 구름만 부지런히 그려내면 어느 순간, 거기 달이 떠 있다. 이런 기법을 동양화에서는 ‘홍운탁월(烘雲托月)’이라고 한다.

       달을 그릴 때만이 아니라, 구름이나 안개를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붓으로 구름이나 안개를 직접 그리기보다는 산과 산, 산과 나무 사이에 여백을 둠으로써, 그것이 곧 구름이 되고 안개가 되도록 한다.

       사찰 이름을 제목으로 한 어느 동양화를 보면, 사찰을 보이지 않고 무성한 숲으느 나서는 동자승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숲 안에 사찰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달을 그리지 않고도 달이 그려지도록 하는 것,
    구름을 그리지 않고도 구름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
    주변을 그림으로써 중심이 드러나게 하는 홍운탁월!
    마치 표 내지 않고 무르익은 삶을 살 수 있는
    고수의 기법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세상에 빛이 존재하는 이유는 만물이 서로에게 헌신하는 것을 비춰주기 위한 것이라는 ‘소금’ 같은 말. 그러니 그 사람을 비추는 것이 곧 나를 비추는 것이고, 그 사람을 그리는 것이 곧 나를 그리는 것이다.

    글출처 : 그 말이 내게로 왔다(김미라의 감성사전, 책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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