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미치도록 사랑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제, 가을에 들어섰거나
        가을 안에 머무르거나
        이미, 가을을 떠나 보낸 이여
        늘 푸를 것만 같은 튼실한 줄기에도
        물관은 말라
        시들어 꺾이고도, 고개마저 숙인 게 보이지 않으세요?
        끝에
        아름다이 피워 올린 한 시절의 젊은 꽃잎이며 꽃술
        하얀 순결과 붉은 열정의 사랑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누가 있어
        아침으로 안개 불러 어루만지며 
        그 무엇이, 저 찬란한 햇살을 돌려줄까요?
        겨울 속으로 걸어가는 게 두려우신가요?
        
        그러나
        조용히 눈감으면 환히 보입니다
        가슴 안에서만 살아온 슬픈 눈을 
        아무나 다니지 못하는 좁고 외진 길을
        제각기
        자신만을 위해 걷느라 뿌옇게 흐려있음을
        허나 이제부터는
        생명이 없어도, 있어도 함께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슴에서 나와야 합니다
        무언가가 등 뒤에서
        아무리 소리쳐도 소음인 양, 앞으로 가야 합니다
        그것은, 생명을 준 하늘과 땅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마지막 할 일이기에 입니다
        
        가슴에 
        아름다움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남은 여정이, 얼마나 아름다울지는 모르지만
        허지만 이제는
        내세울 것도, 미사여구로 치장할 여유도 없습니다 
        한가지 이유로
        미치도록 사랑하는 일만 남았음을 잊지 마세요
        돌아오는 길, 무심히 보셨나요?
        하늘이
        하루를 닫으면서 
        왜, 황홀한 노을로 치장하는지..... 
        부디 잊지 마세요
        이제 남은 일은 
        사랑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가는 일임을...... 
        
        
        0711. 邨 夫 Ador.
        

    *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1번3악장 Caden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