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나 홀로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재판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혼자서도 이길 가능성이 있는지, 재판에 투자할 시간적인 여유가 되는지도 충분히 검토하여야 한다. 

 

   판단이 섰다면 자신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재판과 관련한 기본 법률 지식을 갖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대한민국법원 홈페이지나 법률 사이트를 뒤져보면 이 정도 사항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재판은 시간과 노력이 싸움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꼼꼼히 챙기고 법원에서 요청한 사항은 반드시 기간을 지켜서 이행해야 한다. 법원에서 보낸 서류에 적힌 유의 사항을 꼼꼼히 읽어보고, 의심이 가는 점은 법원에 전화를 걸어서 꼭 확인한다. 법정에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한다. 한 번이라도 재판에 빠지면 그만큼 승소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청구 금액 3,000만 원 이하의 소액 재판은 법정에서 판사들이 법을 잘 모르는 당사자들에게 입증 방법에 관해 간접적으로 조언을 해주거나 힌트를 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증인 신청, 문서 제출, 사실조회 등을 권유한다면 잘 새겨들어야 유리하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증인을 세우거나 추가 입증 자료를 내기는커녕 기존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사람은 재판 결과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감당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전문가를 찾아라.

 

   이런 노력을 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전문가를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소송은 과감하게 법률사무소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의료소송, 건축소송, 토지소송 등 전문 분야, 입증이 어려운 손해배상 사건, 수억 원대의 소송 등은 변호사를 찾는 편이 낫다. 

 

   또한 형사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해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 홀로 등기도 마찬가지다. 말소등기, 표시 변경등기 등 간단한 등기는 등기소에서 제공하는 양식을 작성한 후 세금과 수수료를 납부하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반인이 하기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드는 까다로운 등기도 적지 않다.

 

 

  사례 4

 

   戊는 선친의 땅을 상속받기 위해 등기소를 찾았다. 戊는 준비해야 할 서류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토지와 건축물 대장, 협의분할 계약서, 상속인들의 인감증명, 지민등록 조촌, 상속 소명 자료 등 첨부서류를 준비하고 등록세와 수입증지 등 각종 세금과 수수료를 납부해야 했다. 

 

   상속인들의 지분을 파악하고 등기신청서를 작성하는 일도 戊의 입장에서는 쉽지않았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 끝에 서류를 접수했지만, 戊는 다음 날 등기소로부터 서류를 보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상속인 중 일부가 외국에 거주하고 있으므로 추가 서류가 필요하고, 상속관례를 밝히는 소명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戊는 이럴 줄 알았으면 법무사에게 맡길 걸 그랫다는 후회가 들었다.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있고 발품을 들일 자신이 있다면 나 홀로 등기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휴가를 내면서까지 관공서와 금융기관, 등기소를 오갈 바에는 차라리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법무사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

 

   어떤 이들은 법무사 사무실에 가면 등기 하나 하는데 수백만 원이 든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채권 매입비용, 세금, 등기 수수료까지 포함된 금액까지 모두 법무사 수수료로 착각하는 데서 나오는 불만이다. 이는 법률 전문가와 법률 소비자의 틈이 아직 크다는 방증이다. 나 홀로 소송이 증가하는 이면에는 법률 전문가들을 향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법원을 찾은 민원인 상당수는 법률 서비스의 비용이 너무 비싸고 불친절하다고 지적한다. 심지어는 변호사는 법무사에게 맡겼더니 “내 재판 결과보다는 돈에만 관심이 있더라”라며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의뢰인 중에는 변호사가 자신을 위해 제출한 서류를 법원에 와서 다시 복사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변호사(법무사)를 믿을 수가 없고, 재판 진행 생활을 잘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한다. 이쯤 되면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된다. 

 

   우리나라의 민·형사소송 건수는 600만여 건에 달한다. 이 중 민사사건이 약 400만 건(약 65~70%)을 차지한다. 등기사건도 1,000만 건이 넘는다.

 

   어림잡아도 1년에 수백만 명 이상이 법원을 찾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과 책임을 법률 소비자의 몫으로만 돌리는 건 적절치 않다. 법률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게 대두된다.